주민들 ‘체험마을’ 사업 밀어붙이기에 불만
찬반투표 요구…고양시, 대책마련 고심
찬반투표 요구…고양시, 대책마련 고심
조용하던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선유랑마을이 3년전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된 뒤 술렁거리기 시작하더니, 올들어 마을 주민들이 공동작업장 건립 등을 위한 8억여원의 국고보조금 등을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고양시와 선유랑마을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5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내 주민소득지원사업’의 첫 대상지로 선유랑마을을 선정해 지난해 6월 국고보조금 5억7700만원을 고양시에 내려 보냈다. 고양시는 여기에 시예산 2억4800만원을 더해 총 사업비 8억2500만원으로 선유랑마을에 공동작업장과 자연생태관·공동구판장·공동창고 등을 짓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실시설계를 마치고 올해초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이 마을은 앞서 2009년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녹색농촌체험마을’에 선정돼 국비 2억원을 지원받아 눈썰매체험장, 황토논물체험장, 친환경 염색체험, 쌈채소 수확체험 등 다양한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석달간 운영한 눈썰매장에는 1만5000명이 다녀갈 만큼 수도권 주민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국비지원금이 2억원에 그쳐 필요한 시설 확보가 여의치 않자, 고양시는 일부 주민의 동의를 받아 주민소득지원사업을 신청해 절차를 밟아왔다.
지난 1월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통장, 개발위원장, 노인회장 등 주민들은 발끈했다. 반대 주민들은 “대다수 주민의 의사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업대상지로 지정했다”며, 60가구 100명의 서명을 받아 국비 포기 의사를 고양시에 전달했다. 선유랑마을의 실제 거주자는 80여 가구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이우형(55)씨는 “주민들이 돈을 안받겠다는데, 사업을 밀어붙이려 한다”며 “사업을 추진하려면 정식으로 사업설명회를 하고 찬반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주민은 “농촌체험마을이 된 뒤 하루에 수백대씩 차량이 몰려와 고요했던 마을이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반면 찬성쪽인 이문희(58) 녹색농촌체험마을 전 운영위원장은 “선유랑마을은 고양시에서 가장 낙후되고 농지도 적어 주민들이 뜻을 모아 소득증대를 위해 농촌체험마을을 시작한 것”이라며 “3년동안 운영위원들이 무보수로 일해도 현상유지에 그쳐 사업을 계속하려면 시설 확충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주민 반대로 예산을 집행하지 못한 고양시는 반대주민 설득에 나서는 등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강덕자 고양시 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팀장은 “마을주민 55명의 동의를 얻어 사업을 추진했다”며 “주민 의견을 들어본 뒤 반대의견이 많으면 다른 마을을 대신 지정하거나, 예산을 반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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