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또’…대형마트·정육점 판매량 반토막

‘미 광우병’ 검역주권 실종
확산되는 소비자 불안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발병에도 정부가 검역 중단 등을 하지 않은 채 수입을 허용하고 있지만 대형마트나 음식점 등에선 판매량이 반토막나는 등 소비자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29일 대형마트 등의 말을 종합하면, 미국 광우병 발생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지난 26일 이마트가 집계한 매출 동향에선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전주 같은 날보다 52% 감소했고,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재개한 홈플러스에서도 26~27일 미국산 쇠고기 매출이 전주보다 40% 줄었다. 롯데마트는 소비자들의 불안을 이유로 25일부터 판매를 중지한 상태다. 이날 이마트 강원 춘천점에서 만난 주부 전영순(43)씨는 “가족의 안전을 책임지는 주부로서는 미국산 쇠고기를 꺼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를 취급하는 골목상가 정육점들도 사실상 개점 휴업에 들어갔다. 미국산 쇠고기를 주로 파는 서울 중구 ㅊ식당 관계자는 “엘에이(LA)갈비부터 등심, 안창살 등 부위에 관계없이 많이 팔렸는데, 광우병 소식 이후 매출이 40% 급감해 망하게 생겼다”며 “미국산 쇠고기가 괜찮다고 하면 화를 내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아무개(53)씨는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울상을 지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사는 주부 장소영(43)씨는 “한동안 싼 맛에 미국산 쇠고기를 먹었는데, 이번에 광우병 얘기가 또 나오니까 이미 먹은 고기까지 찝찝하다”고 말했다. 주부 김경희(48·부산 해운대구 좌동)씨도 “정부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하고는 이제 와서 다른 얘기를 하는데 어떻게 정부를 믿고 안심하겠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을 촉구하는 각계의 목소리도 잇따랐다. 한국대학생연합은 2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은 27일 춘천시 명동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을 요구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박수혁 기자, 전국종합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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