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산사태 수해 복구공사 현장 주위에 나무뿌리와 건설 자재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왼쪽에 인하대 학생들이 묵었다가 희생된 펜션이 보인다.
‘춘천 산사태’ 그 뒤 1년
무너진 펜션 주변엔 벌건 흙 그대로…복구공사 60% 그쳐
무너진 펜션 주변엔 벌건 흙 그대로…복구공사 60% 그쳐
건물 보상 등 늦어져 공사도 지연
장마철 앞두고 마을 곳곳 ‘흙더미’
시 ‘집단이주’ 추진에 주민들 불만
“이사 갈 집도 아직 없는데 내쫓나”
희생자 유가족, 새달 27일 추모식 “이사갈 집도 아직 없는데 춘천시에서는 무조건 이달 안으로 집을 비우라고 하는 게 말이 됩니까. 평생을 살아온 정든 마을을 이렇게 내쫓기듯 떠나게 될지는 몰랐습니다.” 7일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느치골 마을에서 만난 함덕근(78)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춘천시에서는 주민들을 위해 집단이주를 결정했다고 하지만, 결국은 시에서 집 장사를 해먹겠다는 것”이라며 시의 집단이주 결정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지난해 7월27일 새벽 천전리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인하대 학생 10명과 민박객 등 13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다친 끔찍한 아픔은 사건 발생 1년이 다 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춘천시는 마을 전체가 산사태 피해를 당한 이곳을 재해위험지구로 지정하고 집단이주를 결정했다. 주민들은 장마철을 앞두고 이달 중에 집을 비우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시가 조성하고 있는 이주단지는 10월께 완공될 예정이다. 주민들은 이주단지에 살 집이 들어설 때까지 3~4개월을 인근 임대아파트 등을 떠돌아야 할 처지다. 박옥순(69) 할머니는 “비록 낡은 집이지만 여기선 있으면 먹고, 없으면 굶더라도 행복하다”며 “공동주택에 입주하면 관리비와 임대료 등 전부 돈”이라고 근심을 토로했다. 강신후(67) 할아버지는 “1973년 소양강댐이 만들어지면서 물에 잠긴 고향을 떠나 가장 가까운 이곳에 정착한 지 40년이나 됐는데, 올해만 정든 집을 떠나 두번이나 이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마철이 다가오고 있지만 건물 보상 등 이주민과의 협의가 늦어지면서 산사태 복구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이미 마을을 떠난 주민들이 남긴 빈집은 단열재와 폐목재 등 각종 쓰레기가 뒤엉켜 있고, 마을을 가로지르는 하천 인근에는 흙더미와 콘크리트 덩어리, 녹슨 철근 등이 곳곳에 방치돼 있어 집중호우 때 또다른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인하대 학생들이 묵었던 펜션 인근도 나무심기와 씨뿌리기, 수로 정비 등 산사태 복구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지만, 잘려나간 나무뿌리가 한곳에 쌓여 있고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식물들은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해 벌건 흙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전부 이전을 해야 집을 철거하고 수해복구 공사를 할 수 있는데, 이전이 늦어지면서 공사가 60% 정도밖에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가 지연되면서 마을 주민들은 산사태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박은규 천전6리 이장은 “도로 쪽은 공사가 많이 진행됐지만, 산 쪽으로는 집중호우 때 걱정스러운 데가 한두곳이 아니다”라며 “올해는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슬픔을 딛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춘천인하대희생자대책위원회는 다음달 27일 오전 11시 사고 현장에서 열리는 1주기 추모식에서 기념사업회 출범을 알리고 장학사업과 봉사 캠프 지원, 백서발간 등의 사업계획을 밝히기로 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이 기대했던 춘천시의 추모비 건립 약속 등이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아 아픔이 계속되고 있다. 최영도 춘천인하대희생자대책위 대변인은 “유족들은 그동안의 고생보다 자녀들의 죽음이 허무하게 잊혀지는 게 가장 두렵다”며 “철저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해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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