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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지뢰는 국가가 뿌리고 피해치료는 민간이 하고

등록 2012-06-17 19:08수정 2012-06-17 20:11

강원도, 삼성서 기금 받아 34명에 재수술·재활치료
국가배상법 있지만 유명무실…정부, 특별법 등 외면

강원도 철원군에 사는 김아무개(58)씨는 12살 때인 1964년 집 근처 야산에서 놀다 대전차지뢰가 터지는 사고를 당했다. 지뢰는 김씨의 왼쪽 손목과 오른쪽 눈을 앗아갔고, 왼쪽 다리 장애를 남겼다. 김씨는 “지금도 지뢰에 선명히 새겨져 있던 ‘USA’라는 글자를 잊을 수 없다”며 “정부는 지뢰를 모두 제거하고 지뢰 피해자들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격앙된 심경을 토로했다.

화천군 조아무개(50)씨는 1970년 8살 때 농사를 짓던 부모를 따라 마을 뒤 파로호 주변에서 놀다 ‘M14’ 대인지뢰가 터지는 바람에, 발목 아래를 절단해야 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지금도 오래 걷거나 하면 피가 나는 후유증에 시달린다.

양구군 해안면 김아무개(76) 할머니는 17년 전인 1995년 제4땅굴 인근 야산에 나물을 캐러 갔다가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M14’ 지뢰를 건드렸다. 엉덩이·허벅지 살이 녹아내리고 엉덩이뼈가 부서졌다. 지금도 엉덩이뼈 쪽에 염증이 자주 생기고 제대로 걷지도, 앉지도 못한다.

이들 ‘민간인 지뢰 피해자’들이 지난 11·13일 춘천 강원대병원에서 몇십년 만에 재수술을 받았다. 사고 이후 심한 후유증에도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생각도 못했던 치료였다. 강원도가 도내 지뢰 피해자 34명을 올해 의료 지원 대상자로 정하고 11일부터 재수술 및 보장구 지원, 재활치료 등에 나섰다. 삼성이 사회공헌기금 7억원을 기탁했다.

국가가 설치한 지뢰로 피해를 겪은 민간인들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이 나선 건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뢰 피해자 지원단체인 ㈔평화나눔회가 지난해 강원지역을 조사해보니, 한국전쟁 이후 군인을 뺀 민간인만 228명이 지뢰 폭발로 목숨을 잃거나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지뢰 피해자 상당수가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배상법이 1967년 제정됐지만 대다수 피해자들이 이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전상덕 강원도 자치행정담당은 15일 “상당수 주민들이 민통선(민간인 출입통제선) 북쪽 지역의 토지를 개간하는 조건으로 군부대와 보상 포기 각서에 서명을 해야 해 청구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경작행위 허가 등 관할 부대와의 이해관계 때문에 보상을 포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소송하려고 해도 청구 기한이 3년으로 제한돼 있고, 군부대 쪽의 정보 차단 등으로 사고 책임을 입증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고 전했다.

지뢰 피해자 지원 필요성 때문에 2003년과 2006년, 2010년 세 차례나 ‘지뢰 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제출됐지만, 제대로 논의하지도 못한 채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이지선 평화나눔회 사무국장은 “민간인 지뢰 피해는 국가안보를 위해 매설한 지뢰에 민간인이 사고를 당한 ‘안보재해’라고 봐야 한다”며 “하루빨리 민간인 지뢰피해자 보상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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