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사태까지…지방의회 의장단이 뭐기에

업무추진비·단체장급 예우 욕심
전국 곳곳서 금품살포 선거 논란
“후보등록뒤 자유투표 해야” 지적

전국 여러 지방의회가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금품살포 의혹 등 때문에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구속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이는 지방의회 의장단이 받는 예우 말고도 정치적 입지 강화, 지방정부 사업에 대한 영향력 확대 같은 적지 않은 유혹이 자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경기를 뺀 광역의회는 업무추진비로 의장에겐 420만원, 부의장에겐 210만원을 다달이 지급한다. 기초의회도 의원 수에 따라 의장에게 190만~220만원, 부의장에겐 85만~105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준다. 의장에게는 비서진에다 전용 관용차도 제공하며 단체장급 예우를 한다.

게다가 의장·부의장이 되면,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에 영향력을 발휘할 여지가 커지며, 다양한 방식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인지도와 함께 정치적 위상이 높아져, 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 유리해진다. 특히 이번처럼 임기 4년 중 후반기 2년을 이끌 의장단을 뽑는 선거는 다음 지방선거 등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커, 전반기 의장단 선거보다 더욱 혼탁해지는 양상을 보인다고 한다.

지난 10일 경북 예천군에선 ‘자신을 의장으로 뽑아달라며 동료 의원에게 돈을 건넸다’는 메모지를 작성했던 군의원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북 남원시의회의 전반기 의장이었던 조아무개 시의원은, 후반기 의장 선거 때 지지해달라며 동료 의원에게 500만원을 건넨 혐의로 11일 구속됐다.

경북도 선거관리위원회는 경북도의회 일부 도의원들이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5개 상임위원회에 행사 찬조금을 돌렸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중이다. 충남 논산시의회에선 민주통합당 시의원들이 의장 선거 과정에서 금품수수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를 두고 김태일 영남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11일 “경상도나 전라도처럼 특정 정당이 지방의회를 압도해 정치적 다양성이 떨어지는 곳에서 매수나 담합이 더 많이 나타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채 무기명으로 투표하는 현행 의장단 선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인규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후보 등록을 하고 정견 발표를 하는 방식으로 의장단 선출 방식을 바꾸면 투명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전주 대전/김일우 박임근 전진식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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