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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유골의 진실 다시 파묻는 시선들

등록 2012-08-21 20:41수정 2012-08-22 08:22

박경만 사회2부 기자
박경만 사회2부 기자
현장에서
독립운동가였고 반독재 투사였던 장준하 선생이 의문사한 지 37년 만에 그의 유골의 상흔이 세상에 드러났고, 타살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의문사 사건을 재조사하라는 요구가 장 선생 가족과 시민단체, 정치권에서 빗발치지만, 한편에선 ‘이미 다 지난 일인데 뭘 또 재조사하냐’는 시각도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 역시 이런 주장을 펴는 마당이니, 누가 그런 주장을 한다고 탓할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다만,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진실 규명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데엔 아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강병태 <한국일보> 논설고문은 이 신문 21일치 ‘장준하, 신화와 미신’이라는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타살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1975년 당시 재야를 대표해 고인의 시체를 검안한 의사 출신 야당 인사가 ‘직경 2㎝ 크기 후두부 함몰이 직접 사인’이라고 증언한 사실을 애써 외면하거나 숨기고 있다. … 새로 발견된 측두골 함몰 흔적은 고인의 사후, 유골 상태에서 생긴 것으로 봐야 사리에 맞다. 유해 이장 과정에서 삭은 유골이 손상된 것으로 추정할 만하다. … 합리적 근거가 없는 것을 맹목적으로 믿는 건 미신이다.”

‘후두부 함몰이 직접 사인’이란 건 장 선생 가족도, 그 누구도 감춘 적이 없다. 1975년 사체의 겉을 육안과 손으로 검안했던 의사는 두개골에 ‘직경 약 20㎜의 정원형 함몰 골절’만 있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직접 사인으로 추정하고 “후두부 골절 부위가 추락으로 인해 손상당하기 어려운 부위”라며 타살 가능성을 제기했다.

더구나 지난 1일 장 선생 유골을 37년 만에 검사한 이윤성 서울대 의대 교수(법의학연구소)는 “37년이나 지나서 거의 유골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뼈가 제대로 다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유골 사진을 보면, 두개골엔 지름 6~7㎝의 원형 골절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강병태 논설고문은 지름 2㎝였던 함몰과 전혀 다른 상흔이 새로 생긴 것처럼 인식하거나, ‘유골이 삭아서’ 커진 것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저명한 법의학자가 사후에 생긴 상흔도 식별하지 못하고, 유골 삭은 것과 원래의 상흔도 구별하지 못한다는 확신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언론은 사실(팩트)에 충실해야 한다. ‘유골이 삭아서 손상 부위가 커졌다’거나 ‘시간이 흘러 새로 생겨났다’는 착각을 맹목적으로 좇는 거야말로 미신이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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