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아시아미래포럼-도시 혁신, 사회를 바꾼다
10여년 전 ‘문화도시’로 이목을 끌었던 스페인 북부 빌바오시가 사회혁신으로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요즘 빌바오시는 사회혁신 열기가 뜨겁다. 문화로 일어선 빌바오가 이제 혁신으로 거듭날 채비를 하고 있다.
■ 왜 혁신에 나섰나? 면적 41.3㎢, 인구 40여만명인 빌바오시는 스페인 5대 도시로, 올해 스페인 여론조사에서 살고 싶은 도시 1위로 뽑혔다. ‘문화 아이콘’ 구겐하임미술관에 인구·관광객이 몰려든 덕이 크다. 지난 9일에도 유럽·아시아 등에서 온 관람객들이 소나기 속에서 장사진을 이뤘다.
빌바오는 조선·제철 등 중공업으로 재미를 보다 1970년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여년 흘러 남은 건 폐선박, 폐공장과 오·폐수 악취로 가득한 네르비온강뿐이었다. 민관이 머리를 맞댄 끝에 강을 살리고 구겐하임미술관을 유치하기로 했다. 97년 10월 개관한 구겐하임미술관은 티타늄 외장을 한 독특한 디자인으로 이름을 알리며 빌바오의 밥줄이 됐다. ‘구겐하임 효과’라는 말까지 낳았다.
그러나 문화가 모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었다. 마르코스 무로 나헤라 빌바오시 행정국장은 “구겐하임을 열고 도시에 디자인 개념을 도입하면서 문화도시로 성공했지만, 빌바오의 미래를 위해 일자리, 주택 같은 근본 문제를 해결하려 다시 혁신의 칼을 들었다”고 말했다.
■ 폐공장 터도, 폐선박도 혁신 텃밭으로 빌바오는 2년 전 혁신의 구심부터 조성하기 시작했다. 2010년 6월부터 빌바오 북서쪽 외곽 산투르치의 옛 타이어공장 지대 7만2000㎡에 사회혁신파크(SIP·Social Innovation Park)를 짓고 있다. 연구소, 대학, 기업 등 50곳 이상의 법인·단체와 1000여명의 전문가 등이 짐을 싸고 있다. 올해 말부터 단계적으로 이곳에 둥지를 틀 계획이다. 바스크의 자존심이었던 조선산업의 영화를 떠올리려는 듯, 항구에선 35m 길이 목조어선을 리모델링하고 있다. 다음달 초 선보일 선박 안에는 혁신연구소 ‘이노바랩’(Innova Lab) 사무실 등이 들어선다.
사회혁신의 중심 조직은 ‘바스크 혁신센터’ 데노킨(DenokInn)이다. 미래형 창조사업을 발굴하고 사회혁신을 이끌 지도자를 교육하는 등 사회발전소 구실을 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협력해 접이식 전기자동차 ‘히리코’ 개발에 나서는 등 국제적으로 혁신 정보와 인력을 공유하는 데 힘쓴다. 고르카 에스피아우 데노킨 연구원은 “사회혁신파크는 민간·공공 기관, 사회적기업, 사회혁신 실험·연구소, 사회혁신아카데미, 사회혁신 자본 등 혁신 주체들이 집적된 혁신의 심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사회혁신의 관건은 주민 참여” 빌바오는 지역 고유어 ‘바스크어’를 유지할 정도로 분리독립 성향이 강하다. 시민들은 독립운동하듯 사회혁신에 관심이 크다고 했다. 빌바오시에만 주민 자치조직이 300개가 넘는다.
주민들과 전문가, 공무원 등이 꾸린 민관협의체 ‘콘세호’가 혁신의 주역이다. 주택·도시·환경 등 분야별로 콘세호 10개가 가동중이고, 콘세호마다 9~10명이 참여한다. 콘세호는 사회혁신, 도시재생과 관련한 회의와 토론회를 수시로 연다. 이들 콘세호는 혁신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평가하는 데 깊이 관여한다. 위원장은 공무원이 맡지만, 주민과 전문가들에게 설명하고 토론할 기회를 제공하며 민주적으로 운영해 주민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고 했다.
호네 운수에타 빌바오시 주민참여부장은 “빌바오의 도시재생과 사회혁신에서 주민 참여와 역할은 절대적 요소”라며 “주민들의 창의적 제안과 날카로운 평가가 빌바오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빌바오(스페인)/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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