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에서 일어난 불산 유출 사고 때 미흡한 대처로 2차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구미시가, 주민들의 피해 보상 요구에도 애매모호한 답변만 늘어놓고 있어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불산 유출 사고로 직격탄을 맞아 큰 피해를 본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주민들은 급기야 대책위까지 꾸리고 나섰다.
4일 찾아간 봉산리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봉산리 주변의 포도밭과 멜론밭, 대추밭 등 기화된 불산이 덮친 농경지는 아예 하얗게 변해있었다. 상당수 농작물들은 고엽제를 뿌려놓은 듯 메마른채 방치돼 있었다.취재진을 제외하고 외지인은 아예 보이지 않고 나이든 주민들은 길가에 삼삼오오 모여 않아 걱정스런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있었다. 다가가 말을 걸자 주민들은 구미시의 미흡한 대처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주민 이소분(75·여)는 “사고가 났을 때 이장만 이러저리 동네를 뛰어다니며 주민들을 대피시켰고, 공무원과 경찰 등은 해가지고 난 뒤 마을에 들어가지 마라고 한게 전부였다”며 “이장 말을 듣고 마을에서 피신했다가 괜찮을거라 생각하고 다음날 다시 마을에 들어갔던게 화를 키웠다. 아직도 머리가 아프고 코가 따갑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뒤 구미시의 꿈뜬 사후대책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봉산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선이(48·여)씨는 “원래 지금 시간(점심때)이면 16개 있는 테이블이 주민과 공단 근로자, 외지인 등 손님으로 꽉 차있었는데 불산 유출 사고가 난 이후로는 발길이 뚝 끊겼다”며 “누가 이 동네에 와서 밥을 먹으려하겠냐.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몰라 발만 구르고 있다”고 한숨 쉬었다. 이씨의 가게를 둘러보니 점심때인데도, 손님은 단 7명에 불과했다.
결국 봉산리에 사는 250여명(150여가구)의 주민들은 지난 1일 박명석(50) 이장을 중심으로 대책위까지 꾸렸다.
대책위원장을 맡은 박 이장은 “정부와 지자체는 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고 농작물과 가축피해는 물론이고 가게의 영업 피해에 대한 보상에도 나서야 한다”며 “특히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주민들도 많은 만큼, 당장은 문제가 없더라도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주민들의 건강 문제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피해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봉산리를 찾은 남유진 구미시장은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한푼도 손해가 가지 않도록 보상에 책임을 지겠다”며 “다만 지금까지의 피해 상황과 앞으로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피해에 대한 조사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구미/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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