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투신학생 아버지의 후회
딸 담임 ‘자살암시’ 받았다고
전화왔지만 때는 이미 늦어 공부 외에 특별한 취미 없어
이게 우리나라 현실 아니냐 “○○이가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를 보냈어요…. ○○이 아버지, 지금 ○○이 어딨나요?” 지난 11일 새벽 4시40분께 수화기 너머로 고교 1학년 딸의 담임교사한테서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대구 동구 아파트에서 잠을 깬 아버지(51)는 잠깐 어리둥절했다. 전화기를 팽개치고 아내와 함께 딸의 방으로 달려갔지만 보이지 않았다. 활짝 열린 아파트 창문으로 커튼만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이불도 개져 있었고 방은 말끔히 정리돼 있었다. 책상 위에는 부모와 동생, 경찰 앞으로 남긴 유서 3장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12일 A4 용지에 사인펜으로 쓴 ㅇ(16)양의 유서를 공개했다. ㅇ양은 경찰 앞으로 남긴 A4 용지 1장 분량의 유서에서 자신이 죽음을 선택한 이유를 적었다. “성적 스트레스 때문에 너무 힘이 듭니다. …1학기 중간고사 때부터 지금까지 점점 성적이 떨어지고 있었고 그로 인한 압박과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습니다.” “그런데 더이상 버틸 수 없는 일이 저에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라는 저희 반 학생 때문입니다. 이 아이는 저에게 심적으로 너무 큰 고통과 모욕감과 수치심을 주었습니다. …이건 명백한 학교폭력이고….” ㅇ양의 아버지는 “항상 착하고 순하던 내 딸이 그렇게 성적과 학교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는 줄을 몰랐다”며 “딸은 공부 말고는 뚜렷한 취미도 없었는데, 이게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 아니냐”고 흐느꼈다. 학교 관계자는 “둘은 매우 친한 친구 사이였는데 사소한 문제로 거리가 멀어졌고, 봉합되지 못하며 마음의 상처가 생긴 것 같다”며 “학생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ㅇ양은 초등학교 교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 중학생 땐 성적이 상위권이었는데, 고교에 진학해서는 수학 성적이 뒤떨어져 고민이 많았다고 아버지는 전했다. 모두 공무원인 부모, 중학교 2학년인 여동생과 함께 영화를 함께 자주 관람했고 가까운 곳에 가족 여행도 종종 다녔다고 한다. ㅇ양은 부모에게 남긴 유서에서 “행복하게 살아주세요…”라고, 동생에겐 “원하는 꿈, 목표 이루길 빌어. …드라마 같은 연애도 해보고…”라고 적었다. 경찰은 학교 관계자와 같은 반 학생 등을 상대로 유서에서 언급한 지속적인 괴롭힘을 포함한 학교폭력이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ㅇ양의 아버지는 “딸의 유서를 보면 성적 고민도 했지만 같은 반 학생에게 받은 시달림이 컸다”며 “주먹을 휘두르는 것만이 폭력이라고 할 수 있나. 딸의 죽음에 대해 제대로 경찰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에게 입시경쟁 위주 교육정책의 폐기와 사죄를 촉구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전화왔지만 때는 이미 늦어 공부 외에 특별한 취미 없어
이게 우리나라 현실 아니냐 “○○이가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를 보냈어요…. ○○이 아버지, 지금 ○○이 어딨나요?” 지난 11일 새벽 4시40분께 수화기 너머로 고교 1학년 딸의 담임교사한테서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대구 동구 아파트에서 잠을 깬 아버지(51)는 잠깐 어리둥절했다. 전화기를 팽개치고 아내와 함께 딸의 방으로 달려갔지만 보이지 않았다. 활짝 열린 아파트 창문으로 커튼만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이불도 개져 있었고 방은 말끔히 정리돼 있었다. 책상 위에는 부모와 동생, 경찰 앞으로 남긴 유서 3장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12일 A4 용지에 사인펜으로 쓴 ㅇ(16)양의 유서를 공개했다. ㅇ양은 경찰 앞으로 남긴 A4 용지 1장 분량의 유서에서 자신이 죽음을 선택한 이유를 적었다. “성적 스트레스 때문에 너무 힘이 듭니다. …1학기 중간고사 때부터 지금까지 점점 성적이 떨어지고 있었고 그로 인한 압박과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습니다.” “그런데 더이상 버틸 수 없는 일이 저에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라는 저희 반 학생 때문입니다. 이 아이는 저에게 심적으로 너무 큰 고통과 모욕감과 수치심을 주었습니다. …이건 명백한 학교폭력이고….” ㅇ양의 아버지는 “항상 착하고 순하던 내 딸이 그렇게 성적과 학교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는 줄을 몰랐다”며 “딸은 공부 말고는 뚜렷한 취미도 없었는데, 이게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 아니냐”고 흐느꼈다. 학교 관계자는 “둘은 매우 친한 친구 사이였는데 사소한 문제로 거리가 멀어졌고, 봉합되지 못하며 마음의 상처가 생긴 것 같다”며 “학생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ㅇ양은 초등학교 교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 중학생 땐 성적이 상위권이었는데, 고교에 진학해서는 수학 성적이 뒤떨어져 고민이 많았다고 아버지는 전했다. 모두 공무원인 부모, 중학교 2학년인 여동생과 함께 영화를 함께 자주 관람했고 가까운 곳에 가족 여행도 종종 다녔다고 한다. ㅇ양은 부모에게 남긴 유서에서 “행복하게 살아주세요…”라고, 동생에겐 “원하는 꿈, 목표 이루길 빌어. …드라마 같은 연애도 해보고…”라고 적었다. 경찰은 학교 관계자와 같은 반 학생 등을 상대로 유서에서 언급한 지속적인 괴롭힘을 포함한 학교폭력이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ㅇ양의 아버지는 “딸의 유서를 보면 성적 고민도 했지만 같은 반 학생에게 받은 시달림이 컸다”며 “주먹을 휘두르는 것만이 폭력이라고 할 수 있나. 딸의 죽음에 대해 제대로 경찰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에게 입시경쟁 위주 교육정책의 폐기와 사죄를 촉구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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