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시 공무원 ‘시장 주민소환’ 방해 의혹

31일 투표 앞두고 “동참말라” 협박
서명철회 압박도…선관위, 조사 착수
시민단체 “솜방망이 처벌 악용”

원자력발전소 유치에 앞장선 김대수 강원도 삼척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오는 31일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삼척시청 공무원들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삼척시장 주민소환투표운동본부는 15일 “삼척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이 시작된 지난 9일 이후 지역 곳곳에서 삼척시 공무원들이 불법적으로 주민소환운동에 개입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전국공무원노조 강원지역본부 삼척시지부 누리집에는 최근 ㄱ지역 면장이 지역내 주요 인사들이 참여한 모임 자리에서 “시장소환투표에 동참하지 말아라. 만약 투표에 동참하면 신변에 좋지 않다”는 협박을 했다는 글이 게재돼 삼척시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

이에 앞서 지난달 초 삼척시청 간부공무원 ㅁ씨는 지역주민에게 주민소환투표 서명부에 적은 이름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삼척시선관위로부터 경고 조처를 받았다. 또다른 공무원 ㅂ씨도 원전 찬성 쪽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쇄물을 면사무소에 비치해 경고 조처를 받기도 했다.

삼척시장 주민소환투표운동본부는 ㄴ지역 읍장이 환경미화원들에게 주민소환투표에 참여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고, ㄷ지역 면장은 지역주민들을 만나 직간접적으로 주민투표에 참여하지 말라고 말하고 다닌다는 제보가 접수돼 선관위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척시 공무원들의 선거 개입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현행법상 공무원들이 선거에 개입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공직선거법에는 벌금 100만원 이상이면 공무원직을 유지할 수 없도록 엄격히 규정돼 있지만,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에는 공무원의 선거 개입에 대해 별다른 처벌 규정이 없다. 따라서 주민소환투표에서는 지방공무원법을 준용해 금고 이상의 무거운 형을 받을 경우에만 신분상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삼척시장 주민소환투표운동본부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주민소환투표에 불법적으로 개입을 한다고 하더라도 벌금형 정도로는 신분상 피해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대놓고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며 “일부에서는 주민소환투표가 부결되면 벌금형 정도를 받는 게 오히려 훈장이 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고 말했다.

한편 삼척시장 주민소환투표에서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참여해 과반수가 찬성하면 삼척시장은 시장직을 잃게 되지만 투표율이 3분의 1 미만이면 개표 없이 주민소환투표는 부결된다.

박수혁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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