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암서원
1665년 건립…석달전까지 방치
숙박 가능한 전통체험장 변신
숙박 가능한 전통체험장 변신
“대구 도심 한가운데 웬 서원이?”
대구 중구 동산동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200m가량 걸어 올라가면, 주택들 사이로 서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워낙 동네 깊숙이 ‘숨겨져’ 있어, 동네 주민들이 아니면 찾기 어렵다.
하지만 서원 안으로 들어가면 활기가 넘친다. 5개 객실이 숙박시설로 사용되고, 널찍한 마당에서는 윷놀이와 투호놀이 등 전통놀이는 물론 바비큐 파티까지 즐길 수 있다. 입소문을 타서 주말이면 객실이 모두 찬다.
이 서원의 역사는 1665년 조선 현종 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구지역에 뿌리를 둔 달성 서씨 문중은 지금의 중구 봉산동 제일여중 뒤에 구암사라는 서원을 세웠다. 이후 구암사는 이름이 구암서원으로 바뀌었고, 1718년(숙종 44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 하지만 1868년 흥선대원군에 의해 강제로 철거됐다가, 1924년 달성 서씨 문중에 의해 다시 세워졌다.
이곳은 불과 석달 전에만 해도 인적 없이 잡초만 무성한 서원이었다. 1995년 달성 서씨가 이곳에 있던 문중 서원을 대구 북구 연암공원으로 옮겨가면서부터 방치됐기 때문이다. 얼핏 지나가면 이곳을 서원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다.
우연히 이 숨겨진 서원을 알게 된 사단법인 대구문화유산은 지난해부터 이 서원을 관리하게 해달라고 달성 서씨 문중을 설득했다. 결국 올해 초 대구문화유산은 달성 서씨 문중의 승낙을 받고, 보수공사를 거쳐 지난 8월부터 도심 속 전통문화체험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허동정 대구문화유산 대표는 “이곳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도심 한가운데 전통 서원이 있는 것을 신기해한다”며 “자칫 사람들에게 잊힐 수도 있었던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빛을 보게 돼 너무 뿌듯하다”고 말했다. (053)428-9900.
글·사진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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