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안전공제회, 보상 반려
“법률상 명시적인 규정 없다”
가족, 학교·공제회에 소송
“법률상 명시적인 규정 없다”
가족, 학교·공제회에 소송
대전의 한 여고생이 수학여행을 가서 잠자다 쓰러진 뒤 뇌사상태에 빠졌지만 학교안전공제회에서 보상 신청을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학생의 부모는 학교 쪽에도 관리 소홀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
14일 대전 ㄷ여고와 시교육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학교 2학년 ㄱ양은 지난 9월11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간 뒤 이튿날 새벽 4시35분께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담임교사가 119에 신고한 뒤 심폐소생술을 했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아직까지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당시 ㄱ양은 잠들기 전 친구 4명과 같은 방에서 술을 약간 마신 것으로 전해졌으며, 현재 대전 ㅇ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중이다. 학교 쪽은 사고 뒤 애초 3박4일이던 수학여행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문제는 ㄱ양의 사고에 대한 책임을 학교에 물을 수 있는지와 학교안전공제회에 보상 의무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ㄷ여고는 사고 뒤 대전시 학교안전공제회에 보상 신청을 했지만 반려됐다.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학교 안전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시 학교안전공제회 이경구 부장은 “현행법상 이번처럼 잠자다 일어난 일을 학교 안전사고로 볼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지난 4월 원인불명 사고의 경우 위로금 4000만원을 지급할 수 있는 규정이 추가됐지만, ㄱ양은 사망한 상황도 아니어서 곤란하다”고 말했다. ㄷ여고는 학교안전공제회만 믿고 별도의 여행자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ㄱ양의 아버지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멀쩡한 딸이 수학여행을 갔다가 이렇게 됐는데 원인도 모르고 책임을 지려고 하는 사람도 없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 시 학교안전공제회를 상대로 공제급여 청구소송을, 학교 쪽에는 안전관리·지도감독 소홀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각각 대전지법에 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는 이날 성명서를 내어 “교사·학생·학부모가 안심하고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안전공제회 관련 법률과 운영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교육청 관내 유치원과 초·중·고에서 학교안전공제회에 접수되는 안전사고는 해마다 1700여건에 이른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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