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기 위해 석달간 삽과 곡괭이로 뚫은 땅굴. 경북경찰청 제공
경북경찰청, 일당 5명 구속
땅굴을 파서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73억여원어치의 기름을 훔쳐 팔던 일당이 붙잡혔다.
경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4일 송유관에 구멍을 내 400만ℓ의 기름을 훔쳐 판 혐의(특수절도)로 정아무개(34)씨 등 5명을 구속했다.
경찰 조사 결과, 정씨 일당의 범행은 5월22일 경북 김천시 아포읍 국사리를 통과하는 지하 송유관 근처 주유소를 14억원에 사들이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후 이들은 주유소를 수리한다며 가림막을 쳐서 사람들의 접근을 막은 뒤, 주유소 지하 저유탱크에서부터 50m 떨어진 송유관까지 가로세로 각 1m 크기의 땅굴을 석달에 걸쳐 뚫었다.
정확하게 송유관까지 뚫기 위해 레이저 수평계 등 전문장비를 동원했고, 파낸 흙을 밖으로 빠르게 빼내려고 갱도 바닥에 레일도 깔았다. 땅굴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버팀목을 설치했고, 지하 공기정화 장치도 갖췄다. 하지만 땅을 파는 것은 삽과 곡괭이만 사용했다. 송유관과 주유소 저유탱크는 호스로 연결했다.
이들은 각자 기여도에 따라 수익금을 나누기로 하고, 기여도를 증명하기 위해 땅굴 파는 장면을 휴대전화로 일일이 찍었다. 훔친 기름은 수도권 주유소에 ℓ당 150~200원의 헐값에 팔았다. 제때 처분할 수 없을 만큼 훔친 기름 양이 늘어나자, 10월14일 김천시 평화동의 주유소 한곳을 빌려 임시 보관소로 이용했다. 기름을 뽑아내는 주유소에는 운전자들이 오지 않도록 입구에 기름값을 비싸게 표시했다.
박종화 경북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주유소 두곳 모두 인적이 드문 지방도 근처에 있어 오랫동안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정씨 등은 조사 과정에서 기름을 훔친 것에 대해 ‘범죄’가 아니라 엄연한 ‘사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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