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초월 수다공간, 주민 손으로 ‘뚝딱’

강원도 원주 호저면 주민들로 구성된 농악대가 지난 10월 초록햇살 카페 개소식에 참여한 주민들 앞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성공회원주나눔의집 제공

[사람과 풍경] 강원 원주 ‘초록햇살 카페’
자원봉사단이 지은 생활공동체
농사정보 나누고 장터도 겸해

“친구 손 잡고, 쫄래쫄래 구경왔다가 수다떨고 재미도 얻어가세요.”

강원도 원주의 대표 친환경 농업지역인 호저면에 주민들이 직접 만든 문화예술 휴식공간 ‘초록햇살 카페’가 지난 10월 문을 열었다. 성공회원주나눔의집 한쪽에 마련된 초록햇살 카페는 주민들의 작품이다. 20여명이 집짓기 자원봉사단을 꾸려 재료를 사고 뚝딱뚝딱 망치질을 하는 등 구석구석 손이 안 간 곳이 없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에 공모해 받은 400만원으로 재료를 마련했다.

카페에는 10여명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투박한 나무 탁자 2개와 그에 딸린 의자가 전부다. 노천카페라 요즘 같은 겨울에는 난로를 쬐며 따뜻한 햇볕과 환한 설경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오후 시간에 사람들이 붐빈다. 카페가 생기자 주민들은 자유롭게 모여 소통하고 공동체 발전의 가능성을 찾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주민들은 초록햇살 카페에서 친환경 농업 정보도 나누고 다양한 교육도 받는다. 작은 도서관협의회 회원인 성공회원주나눔의집이 갖고 있는 책 3000권도 카페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지난달에는 주민들이 모여 천연염색 재료인 소목을 이용한 염색법을 배웠고, 뒷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칡넝쿨과 밤송이 등을 이용한 천연염색 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다. 원주생협에서 나온 다양한 친환경 농산물 등을 판매하는 직거래 장터도 한달에 한번 열린다. 무인카페 형태로 운영되는 이곳을 찾는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목련차와 들국화차이다. 마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직접 만들었다.

정종숙 성공회원주나눔의집 사무국장은 “지역주민들이 세대를 초월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도 제대로 된 공간이 없었다. 초록햇살 카페가 농사일에 힘든 주민들이 누구나 와서 차도 마시고 수다도 떨며 소소한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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