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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가짜 진단서로 보험금 챙긴
‘나이롱환자들’ 무더기 적발

등록 2012-12-26 16:46수정 2012-12-26 22:03

병원장은 허위진단서 발급
천아무개(53·여)씨는 5년 전 각종 보장성 보험상품에 가입하기 시작했다. 자영업을 하는 남편 강아무개(56)씨의 한달 수입은 500만원 정도였지만, 가입한 보험상품은 10개나 됐다. 천씨와 남편이 한달에 내는 보험료만 250만원이 넘었다.

여러 보험에 가입해둔 천씨는 2년 전부터 대구 북구 ㅇ정형외과에 신세를 지기 시작했다. “길을 가다 미끄러 넘어져 허리가 아프다”면서 20일씩, 30일씩 입원하기를 반복했다. 병원장 원아무개(41)씨도 천씨가 입원할 정도로 아프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순순히 진단서와 입·퇴원 확인서를 끊어줬다. 서류만 보면 천씨는 지난 2년간 무려 356일이나 병원 신세를 졌고, 보험금만 6634만원을 받아 챙겼다. 하지만 천씨가 실제 병원에 입원한 날은 얼마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천씨는 남편 강씨는 물론이고 울산에 사는 딸(31)과 경북 봉화에 사는 언니(56)에게까지 이 병원을 소개했다. 이후 천씨 가족과 언니 등은 아프지도 않으면서 단체로 이 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 모두 1억866만원의 보험금을 받아갔다.

경찰이 ‘ㅇ정형외과에 보험금을 노린 가짜 환자가 많다’는 첩보를 입수해 이 병원의 진료기록부 등을 압수수색해 조사한 결과, 천씨 같은 이른바 ‘나일론 환자’(가짜 환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대구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6일 여러 보험상품에 가입한 뒤 입원이 필요하지도 않는데도 병원에 입원한 것처럼 서류를 만들어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천씨 등 6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에게 허위 진단서를 발급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 2153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 및 사기 방조)로 병원장 원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병원장 원씨가 골절 진단을 내린 엑스레이 필름 120장 가운데 60장은 골절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68명이 2009년부터 보험사 18곳으로부터 받은 보험금은 10억233만원에 이른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자신이 진료비 등을 우선 낸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아닌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면 더 많은 보험금을 지급받는 점을 이용해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당초 경찰은 가짜 진단서를 여러장 발급한 병원장 원씨와, 가족까지 동원해 보험금을 받아챙긴 천씨의 혐의를 무겁다고 판단해 이들 2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대구지검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병원장 원씨를 불구속하고 천씨만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대구지법은 검찰과 비슷한 이유를 들어 천씨의 구속영장도 기각했다.

신동연 대구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보험금은 타먹지 못하면 바보’라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 의료보험 사기는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상태를 악화시키고 사회보장 기능을 저해하는 범죄인 만큼, 강력하게 단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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