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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비정규직 없는 세상서 다시 보자”

등록 2012-12-26 19:58수정 2012-12-27 08:49

26일 오전 울산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하청 해고자 고 이운남(42)씨의 울산 노동자장이 끝난 뒤 노제를 지내기 위해 이씨의 이름이 쓰여진 상여를 앞세우고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울산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26일 오전 울산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하청 해고자 고 이운남(42)씨의 울산 노동자장이 끝난 뒤 노제를 지내기 위해 이씨의 이름이 쓰여진 상여를 앞세우고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울산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노회찬 등 추모객 200여명 참석
추모시에 눈시울…유가족 오열
“해고는 살인” 20여 만장 펄럭여
“그래 운남아! 더 이상 미안해 하지마. 넌 이미 충분했어. 네 탓이 아니잖아.”

26일 오전 7시30분 울산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 정문 도로 건너 쪽. 현대중공업 용역경비들의 폭력 이후 외상후 스트레스성 장애를 앓다 지난 22일 목숨을 끊은 이 회사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이운남(41)씨의 영결식에 모인 이씨의 동료 노동자 등 추모객 200여명은 조성웅 전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이 추모시를 낭송하자 눈시울을 붉히며 흐느꼈다. 조 전 지회장은 ‘동지를 사랑하는 것이 혁명이었던 사람’이란 제목의 추모시에서 이씨를 “너무 섬세하고 아름다워 이 자본주의에는 도저히 적응할 수 없었던 사람, 현대중공업의 살인적인 폭력을 몸에 저장함으로써 자본가 계급을 용서하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영결식은 ‘울산노동자장’으로 엄숙하게 치러졌다. 오토바이와 자전거 등을 타고 현대중공업 정문으로 출근하던 노동자들도 영결식 모습에 눈길을 주며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유족을 대표한 이씨의 둘째형은 “비정규직 없는 좋은 세상에서 다시 보자. 잘 가라, 동생아. 보고 싶다”며 오열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주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울산본부장은 추도사에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철탑에 오르고 파업 현장에서 자본의 폭력에 힘들어하는 것도 제 탓이고, 생면부지인 한진중공업 노동자가 자결한 것도 제 탓이라 했다. 우리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갔지만 미안하고 진짜 고개를 못들고 있는 사람은 바로 우리”라고 애도했다. 하창민 현대중 사내하청지회장은 “열사가 꿈 꿨던 비정규직 철폐, 노동탄압 분쇄,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이제 산 자들이 투쟁해 나가자”고 다짐했다. 영결식을 마치며 노동자와 추모객들은 이씨가 생전에 즐겨불렀던 ‘타는 목마름으로’를 함께 불렀다. 영결식에는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와, 오병윤 통합진보당 의원,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 등 정치인들도 참석했다.

이어 추모객들은 ‘노동열사 이운남’이라고 적은 붉은색 깃발(명정)을 앞세우고 이씨의 대형 영정사진과 “해고는 살인이다” “비정규직 철폐” 등이라고 써넣은 20여개 붉은색·흰색·검은색 만장 행렬 및 장의버스 뒤를 따라 500여m 떨어진 전하문 앞까지 걸어가 노제를 지냈다. 이씨 주검은 화장을 마친 뒤 양산 솥발산 공원묘지 ‘열사묘역’에 안장됐다.

울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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