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치는 의원들 방관하는 지방의회

난투극·음주운전 등 잇단 물의
권익위 ‘행동강령 조례’ 촉구에
244곳 중 15곳 제정…“식구 감싸기”

지방의원들이 금품 수수나 폭력 같은 비행을 저지르고도 유야무야 넘기는 사례가 잇따라 지방의원 행동강령 조례 같은 자정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지방의회는 ‘제 식구 감싸기’에 머무는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경남 진주시의회에선 지난해 12월20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심현보 부의장이 여성 의원과 전문위원들에게 명패를 집어던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대구 북구의회에서는 11월22일 이동수 의원이 최광교 의장을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두 의회는 각각 윤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물의를 일으킨 의원을 징계했다. 의원을 징계하기 위해 윤리특별위원회가 열린 것은 두 의회에서 개원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지방의회에서 동료 의원이 물의를 일으켜도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이나 징계 없이 유야무야 넘기는 일이 잦다. 전남 순천시의회 의원들은 12월21일 예산 삭감을 둘러싼 이견으로 한밤중에 길거리에서 난투극을 벌여 경찰이 출동했다. 11월19일에는 강대식 대구 동구의회 의장이 혈중 알코올농도 0.207%의 만취상태로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 경찰에 입건됐다. 8월에는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서로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로 경북 경주시의회 의원 2명과 상주시의회 의원 1명, 예천군의회 전·현직 의원 3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입건됐다. 하지만 이들 지방의회에서 해당 의원을 징계한 것도 단 한 군데도 없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1년 2월 전국 지방의회에 ‘행동강령 조례 제정’을 촉구했으나, 전국 244개 광역·기초 지방의회 가운데 조례를 제정한 곳은 경기 연천군의회 등 15곳에 그쳤다. 국민권익위는 지방의원 행동강령 조례 표준안으로 △의원간 금품 수수 행위 금지 △경조 금품의 수수 제한 △이권 개입 금지 등 지방의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15개 행위 기준을 정했다. 민간위원 7~9명으로 구성된 행동강령운영 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지방의원들의 각종 위반행위를 조사하고 징계 수위를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유병철 대구 북구의회 의원(무소속)은 “일부 지방의원들의 상식 밖 행동으로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깎이고 있다. 행동강령 조례 제정 등을 통해 지방의회 스스로 엄격한 윤리적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전국종합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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