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찾아간 경기 파주시 임직각 ‘평화누리’. 경기도는 세계평화축전을 위해 120억원을 들여 이 행사장을 조성했지만, 이날 행사장에서는 관람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기부금마련 행사등 관람객 못 끌어…북 오케스트라 불참 악재도
지난 1일부터 열리고 있는 세계평화축전이 ‘동네잔치’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지난 10일 정오께 국내외 평화와 통일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취지로 마련된 세계평화축전 행사장인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는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3만평 규모의 이곳에는 행사 관계자들만 분주하게 움직일 뿐, 관람객은 10여명에 불과했다. 사진과 그림, 영상물을 볼 수 있는 전시관과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대형 천막 안에 마련된 ‘주제전시관’도 관람객보다는 자원봉사자들이 더 많았다. 특히 점심시간을 전후해서는 주차관리요원들이 관람객을 위해 마련된 벤치 여기저기 널부러져 낮잠을 자는 모습도 눈에 띄어 관람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유영주(31·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씨는 “아이 둘을 데리고 먼 길을 운전해 왔지만 구경할 만한 것도 없고, 공원처럼 그늘에서 쉴 수 있는 곳도 없다”며 “공연이 없는 시간에는 방문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불평했다. ‘세계평화축전’이라는 이름에 가장 걸맞은 행사인 ‘생명촛불 파빌리온’과 ‘통일기원 돌무지’ 역시 외면받기는 마찬가지였다. 유니세프 기부금을 내면 12~76시간 동안 촛불을 밝힐 수 있는 ‘생명촛불 파빌리온’에는 3천여개의 초가 마련돼 있지만, 이 행사에 참여한 사람은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466명, 기부금은 1265만원에 불과하다. 기부금을 내면 통일을 기원하는 문구를 돌판에 새겨 전시할 수 있는 ‘통일기원 돌무지’ 행사에 참여하겠다고 예약한 사람도 44명에 그쳤다. 게다가 14일 열릴 광복60돌 전야제 기념공연에 참가하기로 했던 북한의 ‘윤이상 오케스트라’가 지난달 말 갑작스레 불참의사를 통보해 분단과 대립의 이미지를 뛰어넘는다는 이번 행사의 의미가 크게 퇴색돼 ‘반쪽자리’ 행사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 축전 사무처 관계자는 “아직까지 홍보부족 등의 이유로 관람객이 적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루 4~5편씩 공연이 준비돼 있는 14일부터 본격적으로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이번 축제를 위해 모두 200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이 가운데 120억원은 평화누리 기반시설 조성공사에 쓰였고, 나머지 80억원은 장비 임대료와 프로그램 진행비용 등으로 쓰인다. 파주/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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