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88)씨
김용만씨, 전세금 1800만원 기부약정
“내가 죽거든 모든 재산을 털어 부모 없는 어린이들을 도와주면 고맙겠습니다.”
대구 중구 동인동에서 30년도 더 된 아파트에서 홀로 지내는 김용만(88)씨가 사후 10평 크기 아파트 전세금 1800만원을 기부하기로 16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쪽과 이른바 ‘유산 기부’ 약정을 맺었다. 아직은 흔치 않은 유산 기부는 기부자가 숨진 뒤 약정했던 유산이 기부단체에 전달되는 것이다. 김씨는 대구 중구에서 막노동을 하거나 고물상에서 파지를 주워 전세금을 마련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그는 요즘 몸이 불편해 정부가 주는 지원금으로만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함북 청진시에서 4대 독자로 태어난 김씨는 9살 때 탄광 갱도가 무너지는 사고로 부모를 잃은 뒤, 혼자 청진역에서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와 구걸과 막노동으로 근근이 생계를 꾸렸다. 국군으로 6·25 전쟁에 참전했던 그는 대구로 옮겨와 중구에서 30년 넘게 살아왔다.
김씨는 “생활비를 국가에서 받고 있기 때문에 내가 가진 전세금으로 더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게 마지막 할 일인 것 같다. 9살 때 고아가 되면서 너무나 어렵게 살아왔다. 꼭 부모 없는 어린이들을 찾아 도와달라”고 말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그는 “통일이 되면 신붓감을 데리고 부모님 산소에 인사를 드린 뒤 결혼을 하려고 기다리다 때를 놓쳤다”고 털어놨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할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대구 중구 지역에서 부모를 잃고 홀로 살아가는 어린이를 돕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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