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매 아버지로부터 매달 200~300만원 양육비 받아
정서적 학대·양육의무 방기…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구속
정서적 학대·양육의무 방기…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구속
지난달 21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다세대주택 반지하 월세방에서 영양실조 상태로 발견된 10대 세 자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점차 회복돼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고양시와 고양경찰서 등의 말을 종합하면, 잦은 발작과 허리디스크를 앓아온 둘째(18)는 척추 보조기를 착용하고 혼자서 걸을 수 있을 만큼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 또 7시간에 걸친 고관절 긴급수술을 받은 셋째(15)는 휠체어를 타고 이동이 가능하며, 조리학과가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해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말할 만큼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 자매의 아버지(47)로부터 양육비 등의 명목으로 월 200만~300만원씩을 받고도 2년 동안 돌보지 않고 정서적으로 학대한 계모 ㅇ씨(49)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지난 8일 구속됐다.
경찰 조사결과 ㅇ씨는 2011년 5월 반지하 방으로 세 자매를 이사하도록 한 뒤 단 한 번도 찾지 않은 채, 세 자매에게 1시간마다 교대로 문자메시지로 동향을 보고받으며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이 때문에 세 자매 중 둘째와 셋째는 2년 동안 중학교 검정시험을 치르러 단 한 차례만 외출을 했으며, 첫째(19)도 먹을 것 등 생필품을 사러 나가는 것 말고는 철저히 외출이 금지됐다. 자매가 말을 듣지 않으면 ㅇ씨는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욕설을 퍼부어 외출을 엄두도 못내게 했다. 경찰은 이같은 감시의 정도가 감금 수준에 해당하며,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ㅇ씨는 4년 전 집을 나간 세 자매의 아버지 김아무개씨로부터 양육비 등의 명목으로 월 평균 250만원을 송금 받아 이 가운데 38만원만 세 자매에게 보내 월세와 생활비로 쓰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에는 월 80만원씩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세 자매는 38만원 중 월세 23만원과 공과금 등을 빼고 남은 월 5만~8만원 가량의 생활비로 2년간 난방도 못하고 살았다.
ㅇ씨는 특히 ‘공부하는데 방해되니 아이들에게 연락하지 말라. 아이들이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아버지와 아이들이 서로 연락하지 못하게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ㅇ씨는 세 자매에게 준 돈을 제외한 200여만원을 전 남편과 사이에 낳은 자녀 양육비나 자신의 생활비로 쓰거나 일부는 김씨의 채무를 청산하는 데 사용했다. 세 자매는 학교도 못 가 첫째는 고교 진학을 못하고 둘째는 중학교 중퇴, 막내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중학교에 진학을 포기했다.
고양경찰서 관계자는 “양육을 맡기로 하고 아이들 아버지로부터 매달 적지않은 돈을 받았지만 의식주 해결이나 교육 등 최소한의 양육의무도 하지 않았다. 또 집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고 욕설을 퍼부어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며 ㅇ씨를 구속한 이유를 설명했다. ㅇ씨는 경찰에서 “건강상태가 악화된 것은 미안하지만 양육의 한 방식이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아버지 김씨에 대해서는 일용직 노동으로 번 돈의 대부분을 ㅇ씨에게 송금하는 등 어느 정도 양육 책임을 지려 했던 점을 인정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한편 고양시는 세 자매가 퇴원 뒤에도 자립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향후 3년 동안 무한돌봄센터 소속 사회복지사 등 ‘전담 민간사례관리자’ 2명을 밀착 배치해 장기적인 사례관리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고양/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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