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대구 도심지인 중구 한일극장 앞길에 30여년 만에 그어진 횡단보도로 시민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대구시 제공
1982년 지하상가 생기며 지워진
대구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부활
상인들과 줄다리기 5년 극적타결
“교통정책은 사람을 중심에 둬야”
대구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부활
상인들과 줄다리기 5년 극적타결
“교통정책은 사람을 중심에 둬야”
‘시민들의 보행권이 먼저냐, 상권이 우선이냐?’ 횡단보도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대구에서는 장애인단체와 상인들이 줄다리기를 해오다 30년 만에 도심지에서 횡단보도가 되살아났다.
지난 4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 너비 10m 도로에 횡단보도 선이 그어졌다. 푸른색 신호등이 켜지면서 횡단보도를 건넌 장애인들과 노약자 등 시민들은 “그동안 지하도 계단을 통해서 길을 건넜다. 너무나 불편했고, 많은 장애인들은 길 건너기가 아예 불가능했다. 이제 횡단보도가 그어져 반갑다”며 환호했다.
한일극장 앞은 하루 유동인구가 수만명으로 대구 시내에서 가장 번화가로 꼽히는데, 1982년 중앙지하상가가 생기면서 횡단보도가 사라져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과 노약자 등이 적지 않은 불편을 겪어왔다.
보다 못한 대구장애인연맹이 2007년 12월 한일극장 앞에 횡단보도를 부활해달라고 당국에 촉구하고 나섰다. 서준호(36) 대구장애인연맹 사무국장은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시내를 다니기가 참으로 힘들다. 보행권 보장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무엇보다 교통정책이 사람을 중심에 둬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점포 231곳이 입주해 있는 중앙지하상가의 상인들이 거세게 반대했다. 중앙지하상가 이동렬(58) 상인대표는 “지상에 횡단보도가 그어지면 장사에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 지하상가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아야 장사가 된다. 행인들이 모두 잠재고객 아니냐”며 팽팽히 맞섰다.
대구시는 시민단체와 상인들의 다툼에 끼여 갈팡질팡하다, 중앙지하상가 상인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횡단보도 옆에 지하상가로 오르내릴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놓아주는 조건으로 장애인단체가 횡단보도를 요구한 지 5년여 만에 횡단보도 선을 다시 그었다. 횡단보도가 없어진 1982년부터 따지면 30여년 만에 부활한 셈이다. 박석순 대구시 교통개선계장은 “이달 말쯤 에스컬레이터 공사를 시작해 8월 말쯤 운행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장애인연맹은 상권 보장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자유롭게 도심지를 거닐 수 있도록 보행권을 지켜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대구지하철 2호선이 개통되면서 횡단보도가 사라진 대구 중구 반월당 지하상가 위쪽에도 횡단보도를 다시 살려내는 시민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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