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기 팀장
“과다 조명 탓 빛공해 늘어”
1887년 3월6일 경복궁에서 첫 전깃불이 켜진 이후 우리는 점점 밝은 밤을 살아가고 있다. 밤이 밝아지니 밤에도 낮처럼 활발한 활동이 가능해졌다.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서울의 야경 사진은 경제 발전의 입증 자료처럼 쓰이기도 한다. 밤이 낮처럼 환해지니 좋기만 한 걸까?
누전차단장치 특허 등 각종 아이디어 빛나는 ‘서울의 밤’ 책임자
연구집 <서울의 밤 재탄생-조명 통제 효율적 관리연구>를 낸 서울 영등포구청 토목과 이명기(51) 도로점용팀장은 “과다 조명으로 ‘빛공해’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거리 조명을 밝기 중심으로만 설계하기 때문에 인공 조명을 과다하게 사용하므로 사람의 눈이 피곤해지는 것은 물론 생태계 훼손도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한 개 차선만 비추게 돼 있는 가로등이 너무 높게 설치돼 주변 시야를 방해하는 고속도로, 조명이 너무 강렬해 건물 표면 밝기가 국제 기준치의 10배를 초과하는 동대문 상가, 가로등 불빛 때문에 수확량이 줄어든 인천공항 주변 논들, 너무 환해 낮으로 착각하고 밤에도 울어대는 매미들이 그 사례다.
이 팀장은 “빛공해의 피해를 줄이려면 조명의 밝기(조도)보다 반사체 표면의 밝기(휘도)를 기준으로 조명을 설계해 소비 전력은 줄이면서도 도로의 휘도를 유지하는 ‘인간 존중 조명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한 반사율이 높은 고효율 등기구를 적극 도입해 에너지를 절약하자고 덧붙인다. 그는 서울의 가로등 14만3425개 가운데 15년이 지난 낡은 가로등 7만5619개를 고효율등으로 교체할 경우 연간 45억원을 아낄 수 있다고 계산한다.
공업고등학교 전기과를 졸업하고 1978년 9급 공무원(전기직)으로 서울시에 들어온 이 팀장은 줄곧 서울의 조명에 관심을 갖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2001년 7월15일 밤 집중호우가 쏟아지며 서울·경기 일대에서 가로등 감전 사고로 19명이 숨진 참사 이후 사비를 들여 연구를 거듭한 끝에 가로등 누전 원격장치를 개발해 특허를 땄다. 최근엔 가로수에 묻히지 않는 곡선형 가로등을 개발했으며 지난 4월 여의도 벚꽃 축제엔 여러 가지 색을 이용한 조명 설계를 선보이기도 했다. 서울의 동서 도로 조명등은 상아색으로, 남북 도로는 흰색으로 통일해 길을 쉽게 찾도록 하자는 의견을 내놓는 등 그는 밤을 밝혀가며 서울의 밤을 연구하고 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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