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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CCTV도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

등록 2013-03-12 20:20수정 2013-03-12 22:36

중학교때부터 학교폭력에 고통
경산서 고교생 유서 남기고 투신

“학교폭력은 지금처럼 하면 백퍼센트 못 잡아내요.… CCTV(폐회로텔레비전)가 안 달려 있거나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경북 경산에서 고등학교에 갓 진학한 고교생이 2년 동안 동급생들한테서 폭행당하고 돈을 빼앗기는 괴롭힘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긴 채 11일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2011년 12월 대구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린 중학생이 목숨을 끊은 뒤 정부가 대대적인 ‘학교폭력 종합대책’을 내놓았으나,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거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날 저녁 7시40분께 경산시 아파트 23층 계단 창문에서 이 아파트에 사는 최아무개(15·고교 1학년)군이 몸을 던져 숨졌다. 최군 가방에 들어 있던 공책에는 A4용지 1장 조금 넘는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최군은 유서에 ‘내가 당한 것은 물리적 폭력, 조금이지만 금품갈취, 언어폭력 등이었다’고 썼다. 또 ‘2011년부터 현재까지 괴롭혀왔던 애들’이라며 자신과 같은 경산의 중학교에 다녔던 동급생 5명의 이름을 밝혔다. 이 가운데 2명은 최군과 같은 고교에 진학했다. 최군은 지난주 학교 기숙사에서 지낸 뒤 귀가했다가 이날 아침 6시20분께 등교했으나, 학교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고등학교도, 최군이 다녔던 중학교도 최군이 학교폭력에 시달린 점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고교 담임 교사는 “입학한 지 일주일밖에 안 돼 잘 모른다”고 말했다. ㅈ중학교 교감은 “최군은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았고 착했다. 괴롭혔다는 다른 학생들도 학교폭력으로 처벌받은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정부대책 ‘무기력’…현장에선 비명 높았다

2년간 동창들에게 시달린 최군
“CCTV 없는 곳에서 폭행 당해”

중3 정서행동검사 ‘관심군’ 분류
상급학교 진학때 자료 안넘어가

상담교사·프로그램 확충 ‘대안’
정부, 1년만에 예산 대폭 줄여

최군은 지난해 중학교 전교생을 상대로 한 ‘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관심군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2차 정밀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오자, 학교 쪽은 지나쳤다. 이런 최군의 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는 최군이 진학한 고교에는 전달되지 않았다. 경북도교육청 학교폭력대책팀은 “자료를 상급 학교에 넘겨주라는 규정은 없고, 학생 개인적인 문제를 넘겨주는 게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학교폭력 대책 발표 이후 ㅈ중학교도 학교 안 복도, 운동장 등에 폐회로텔레비전 카메라를 19대 달았다. 하지만 최군이 주로 폭행당했다고 한 화장실이나 교실 등에는 없었다.

정부는 2005년 5개년 계획을 세워 폐회로텔레비전을 설치하기 시작해 2010년 2차 5개년 계획을 내놨다. 지난해 10월 교육과학술부는 전국 초·중·고 1만1360곳의 97.6%에 설치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학교당 초등학교 8개, 중학교 9개, 고등학교 13개였다. 그러나 감사원이 지난해 11월 서울 등 학교 1707곳의 폐회로텔레비전 1만7471대를 점검한 결과, 96.8%는 사람 신원이나 차량번호판을 식별하기는 곤란한 50만화소 미만이었다.

그래도 학교폭력에 학생들의 희생이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해 2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가해 사실을 기재할 것’을 의무화하는 등 가해 학생 처벌에 초점을 맞춘 종합대책을 내놨다. 처벌 강화로는 학교폭력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정부는 밀어붙였고, ‘낙인 효과’ 등을 우려한 경기·전북도교육청 등에는 학생부 기재를 압박했다.

‘상담 인력·프로그램 강화로 예상·치유를 강화해야 한다’는 교육 현장의 지적에 따라, 교과부는 전문상담교사를 2013년엔 1000명 늘리고 학생상담교실인 ‘위(Wee) 클래스’를 3800곳에서 1000곳 더 확충하겠다는 대책도 함께 내놨다. 이후 학교마다 비정규직 전문상담사를 채용해 ‘위클래스’를 만들고, 학교 안팎에 폐회로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경북도교육청은 교사들에게 상담연수를 했고, 모든 학생들을 상대로 정서행동특성검사도 했다. 다른 시·도교육청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는 한해 만에 상담 예산을 대폭 줄였다. 전문상담사 4000여명을 모두 계약 해지(해고)하고, 예산을 삭감해 올해는 960여명 줄여 새로 고용했다. 대구에선 148명으로 지난해보다 44명 줄었고, 경북에선 62명 줄어 194명만 새로 고용됐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징계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등 정부의 엄벌주의적 대책은 초기에만 약효가 있었을 뿐이고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자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 정책실장은 “설문조사나 정서행동특성검사 등은 신뢰도·타당성 등이 떨어진다. 이런 조사로 세우는 대책이 효과를 낼 수 없음은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경산/구대선 김일우 기자, 김지훈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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