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에 시달렸다고 호소한 경북 경산의 고교생 최아무개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1시간쯤 전인 11일 오후 6시40분께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오는 모습이 아파트 폐회로텔레비전(CCTV) 화면에 잡혔다. 경산경찰서 제공
2년 동안 학교폭력에 괴로워하다 목숨을 끊은 고교생 최아무개(15)군이 지난달까지 다녔던 경북 경산 ㅈ중학교에서 최군이 유서에 남긴 것보다 더 상습적이고 광범위한 학교폭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최군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기간에 바로 이 학교에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해 2월17일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소한 괴롭힘도 철저히 조사해 학교폭력을 막겠다’고 호언했지만, 교육 현장에서 정부 정책은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최군 같은 학생들을 어떻게 찾아내야 할지….” ㅈ중학교 교감은 ‘최군 상황을 정말로 몰랐다’고 참담해하며, 정말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과부가 지난해 8~10월 전국 학생을 상대로 벌인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ㅈ중학교는 전교생 888명 중 조사에 응한 616명 가운데 47명이 학교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학생들은 교실 안(48.9%), 복도(10.6%)와 화장실(4.3%)을 피해 장소로 지목했다.
학교와 교육청은 뚜렷한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해 ㅈ중학교에서 열린 학교폭력대책위원회의 심의 건수는 1건, 회의는 단 3차례에 불과했다. 이 학교 교감은 “당시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익명으로 조사돼 피해자가 누구고 가해자가 누구인지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북도교육청 쪽은 ‘전국 조사 대상 학생 가운데 10%가 피해를 입었다’는 교과부의 통계에 견줘, ㅈ중학교는 7.6% 수준이어서 심각하게 대응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숨진 최군이나 가해 학생으로 거명된 5명은 47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최군이 학교폭력에 시달렸지만, 학교폭력 실태조사로는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학교는 물론이고 경찰의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에 피해를 호소했다는 학생도 없었다.
880여명이 다니는 ㅈ중학교의 1층 ‘위클래스’(학교상담교실)에 전문상담교사는 1명뿐이었다. 상담교사도, 담임교사도 최군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줄 알아채지 못했다.
2011년 학교 건물 안팎에 설치된 폐회로텔레비전(CCTV) 19대의 영상은, 1층 교장실 옆 연구실에 설치된 모니터에 중계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영상은 교사들이 지나가다 가끔 들여다볼 뿐이라고 교사들은 전했다. 숨진 최군은 ‘폐회로텔레비전만이라도 제대로 작동해달라’고 유서에서 호소했다.
경북 경산경찰서는 최군과 함께 ㅈ중학교를 졸업하고 경북지역의 특성화고교에 함께 진학한 박아무개(15)군 등 동급생 3명으로부터 ‘ㄱ(15)군, ㄴ(15)군, ㅅ(15)군 등 3명이 최군을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또 다른 학생한테서 ㄱ군에게 폭행당한 사실이 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최군은 지난 11일 동급생 5명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긴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산/김일우 구대선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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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경북 경산시 아파트에서 학교폭력에 괴로워하다 목숨을 끊은 최아무개(15·고교 1년)군이 남긴 유서. 경산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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