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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방치된 유적…‘유엔군 화장터’ 허물어져

등록 2013-03-18 22:22

1951년 한국전쟁 기간에 치열한 고지쟁탈전이 벌어졌던 경기 연천군 중면 마거리에 있는 ‘유엔군 화장터’가 정전 뒤 60년 동안 방치돼 보존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51년 한국전쟁 기간에 치열한 고지쟁탈전이 벌어졌던 경기 연천군 중면 마거리에 있는 ‘유엔군 화장터’가 정전 뒤 60년 동안 방치돼 보존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전쟁때 사용된 2곳중 1곳
건물 모두 유실된채 잡초 무성
굴뚝 2개만 덩그러니 남아있어

문화재청·경기도·연천군 ‘깜깜’
향토사학자 “문화재로 보존을”
한국전쟁 때 서부전선 격전지였던 경기 연천군 중면 마거리에 유엔군이 만들어 사용한 ‘유엔군 화장터’가 53년 정전 뒤 60년 동안 방치돼 크게 훼손된 것으로 드러났다. 휴전선과 인접한 민간인출입통제지역(민통선) 안의 유엔군 화장터가 외부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8일 <한겨레>가 확인한 연천 마거리 화장터는 건물이 모두 유실된 채 우거진 잡초 사이로 굴뚝 2개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굴뚝 가운데 1곳은 굴뚝 안에 나무가 자라나 곧 무너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2개의 굴뚝(높이 360㎝, 310㎝)은 38m 거리에 서로 떨어져 있으며 강에서 주워 온 돌과 시멘트를 이용해 사다리꼴로 쌓았다.

현장을 안내한 연천지역 향토사학자 이병주(57)씨는 “마거리 화장터는 한국전쟁사의 매우 중요한 유적지”라며, 화장터를 문화재로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사문화재 전문가와 현지 주민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은 치열한 고지쟁탈전이 벌어진 연천 일대에서 희생된 주검을 처리하기 위해 화장터 2곳을 조성해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나중(1952년)에 조성돼 전쟁 이후까지 사용된 미산면 동이리의 유엔군 화장장 시설은 2008년 10월 문화재청의 등록문화재 408호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다. 하지만 1951년 최전방 지역에 먼저 만들어진 중면 마거리 화장터는 문화재청은 물론 경기도와 연천군이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유엔군이 1951년 마거리 화장터만 운영하다가 희생자가 많이 발생해 처리시설이 부족하자 전염병 등을 우려해 미산면 동이리에 화장터를 추가 설치한 것으로 추정했다.

연천 지역에서는 1950년 7월부터 1951년 10월까지 1년여 동안 중국군 2만1500여명과 유엔군 4000여명 등 모두 2만55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양영조(53) 박사는 “6·25전쟁 당시 화장장 시설로는 휴전선 전지역을 통틀어 2곳만 남아 있는 중요한 유적인데도 무관심 속에 방치돼 안타깝다. 특히 마거리 화장터는 전투현장에 먼저 만들어져 이미 문화재로 지정된 동이리 화장터보다 훨씬 의미가 있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쟁 당시 화장터 사용을 목격한 이호순(75) 전 연천문화원 향토연구소장은 “마거리 화장터는 민통선 지역이라 민간인 출입이 쉽지 않은데다 외딴곳에 있어 그나마 없어지지 않고 이만큼이라도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미숙 연천군 학예사는 “연천의 민통선 지역이 넓어 2007년 문화재 전수조사 때 누락된 것 같다. 이른 시일 안에 현장조사를 실시해 문화재로 가치 있다고 판단되면 문화재청에 등록 신청해 보존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연천/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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