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우울증을 앓던 시어머니가 자신을 무시한다며 만삭인 며느리를 목 졸라 숨지게 했다.
18일 밤 10시16분께 대구시 달서구 본리동 ㅎ빌라 거실에서 이아무개(34·회사원)씨가 숨져 있는 것을 이씨의 남편 유아무개(36·휴대전화 대리점 운영)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작은방에는 이씨 시어머니 장아무개(57·무직)씨가 쓰러져 있었다.
거실에는 빈 소주병 2개와 구토한 흔적, 시어머니 장씨가 달력을 찢어 쓴 여러장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며느리가 나를 멸시해왔다. 나 혼자 죽으려고 했는데, 내가 너 죽이고 같이 죽어야한다’는 내용이 씌어 있었다. 장씨는 우울증이 있어서 30년 가까이 약을 복용해왔다.
장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장씨는 경찰에 “평소 며느리가 나를 무시해서 수건으로 며느리를 목 졸라 숨지게 했다. 나도 스스로 목졸라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말했다. 숨진 며느리 이씨는 둘째 아이를 가진 상태였고 다음달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앞서 이씨는 이날 오후 4시께 직장에서 퇴근하며 남편에게 전화로 “어머님댁에서 국수 해먹고 장보고 있을께”라고 알렸다.
경찰 조사 결과, 평소 이씨는 시어머니 장씨와 아들 육아 문제를 두고 종종 부딪혔던 것으로 드러났다. 남편과 2008년 결혼해 맞벌이 생활을 해왔고, 시댁과는 1㎞ 정도 떨어진 아파트에서 남편과 살았다. 하지만 오후 3시면 유치원을 마치는 아들을 저녁까지 돌봐줄 사람이 없어, 시댁과 100m 정도 떨어진 유치원에 아들을 보내고 시어머니가 잠시 돌봐주도록 했다
시어머니 장씨는 유서에서 며느리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아들이 보는 데서 텔레비전을 보지 마라, 설겆이를 못하니까 그냥 두라’는 등의 잔소리를 했다고 적었다.
시어머니 장씨는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으며, 자해소동을 벌이는 등 불안한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장씨가 안정을 찾는 대로 평소 우울증과 고부 갈등이 어느 정도 심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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