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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채운 시민 1500여명
“‘타살 진실’ 어물쩍 안넘길것”

등록 2013-03-28 20:46수정 2013-03-28 22:12

‘민족지도자 장준하 선생 겨레장’이 시작된 28일 낮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차려진 장 선생의 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줄지어 헌화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민족지도자 장준하 선생 겨레장’이 시작된 28일 낮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차려진 장 선생의 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줄지어 헌화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현장 장준하 선생 겨레장
“너 살거든 독립군의 용사가 되고/ 나 죽으면 독립군의 혼령이 됨이/ 동지야 너와 나의 소원 아니냐/ …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독립문의 자유종이 울릴 때까지….”

‘광복군가’가 잔잔히 울려 퍼진 가운데 28일 정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광복군과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항일 독립운동가이자 월간 <사상계>를 창간한 언론인, 유신 독재에 맞선 민주투사였던 장준하(1918~75) 선생의 겨레장이 열렸다. 1975년 경기도 포천 약사봉에서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된 지 37년여 만이다.

이날 ‘민족지도자 장준하 선생 겨레장’에는 부인 김희숙(88)씨와 아들 장호권·호성씨 등 유족들과 시민·정치인·종교인 등 고인을 추모하는 1500여명의 발길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광장에는 “투사는 죽어서도 말한다”, “선생님의 뜻 따르겠습니다” 등 추모 글귀를 적은 만장 100여개가 나부꼈다.

앞서 개신교계가 오전 11시 장 선생을 기리는 추모예배를 올렸다. 허원배 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장은 “아무도 말하지 못하던 시대에 선생은 곧은 소리를 내어 37차례 체포, 9차례 투옥을 당하고 참혹하게 목숨까지 잃었지만 국가권력은 추락사라며 수십년간 국민을 속여왔다. 이제 타살임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만큼 정부는 진실을 밝히고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3시 천주교 추모예식에서 안충석 신부(장준하 선생 암살 의혹 규명 국민대책위원회 상임대표)는 “못난 조상이 되지 말자고 조국을 위해 평생을 바친 장 선생이 영면할 수 있도록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세우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이어 저녁 7시40분께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의 ‘마지막 광복군을 떠나보내며’ 강의와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든 다큐멘터리 ‘100년 전쟁’ 상영이 잇따랐다.

문재인·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부영·이철 전 의원 등도 잇따라 서울광장에 차려진 분향소를 찾았다. 문 의원은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도록 장 선생 사인의 진상을 밝히지 못한 것은 후손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여야의 특별법 합의로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구를 구성해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명록에 “선생님 존경합니다. 부끄럽습니다. 민주주의와 역사적 진실규명을 위해 힘을 모으겠습니다”라는 글귀를 남겼다.

장남 장호권씨는 “아버님이 숨질 당시엔 정권의 삼엄한 감시 속에 장례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장지가 어딘지도 모른 채 설 수도 없는 비좁은 땅에 허겁지겁 묻었다. 수감됐던 서대문형무소 앞에서 묵념이라도 하려 했지만 박정희 유신정권은 그마저도 허용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의 딸이 아닌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고 국민통합을 위해 장 선생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분향소를 찾은 인천 계산여고 학생 유화연(17)양은 “역사 공부를 하면서 선생님을 알고 존경하게 됐다. 진실을 밝히고 역사적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 김낙영(65)씨는 “선생이 총선에 출마해 ‘박정희는 사상적 방랑아다. 모든 국민이 다 대통령이 돼도 박정희만은 안 된다’며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씀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번엔 어물쩍 넘어가지 말고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장준하 선생 겨레장은 30일 오전 9시 발인까지 서울광장에서 이어진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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