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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상생품목 피해 ‘꼼수 영업’ 논란

등록 2013-04-07 16:51수정 2013-04-07 22:33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홈플러스 합정점이 들어서는 걸 반대하는 망원동시장 상인들이 홈플러스 입점 반대 구호가 적힌 펼침막을 걸어놓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홈플러스 합정점이 들어서는 걸 반대하는 망원동시장 상인들이 홈플러스 입점 반대 구호가 적힌 펼침막을 걸어놓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재래시장의 아침은 분주했다. 7일 아침, 서울 마포구 망원동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 상인들은 가게 문을 열면서 하루 장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빗질과 물걸레질을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야채와 생선 좌판을 가게 앞에 내놨다. 부지런한 주부들은 벌써부터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찾았다.

하지만 20일 전 인근에 대형마트 홈플러스 합정점이 문을 열었기 때문일까? 재래시장 특유의 활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홈플러스 합정점 개점을 앞두고 상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 했다. 다섯 번의 철시와 천막농성을 벌여 어렵게 얻어낸 게 15개의 ‘상생 품목’이다. 2월27일 협약을 체결해 대형마트에서 이들 품목을 팔지 않겠다는 약속을 얻어냈다. 상인들은 “떡볶이·순대 등 15개 상생품목이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는 최근 재래시장과 대형마트의 상생을 위해 일정한 품목을 재래시장에서만 팔도록 하는 상생품목 지정 권고제를 제안했다. 시는 일단 51개 품목을 뽑아 ‘상생품목 후보’로 제시했고, 시장 상인들과 대형마트 쪽이 협의해 구체적인 품목을 결정하도록 했다. 망원·월드컵 시장의 15개 상생품목 지정은, 이 권고제가 적용된 사실상 첫 사례다.

품목제한 권고를 두고 대형마트들은 ‘아예 장사를 하지 말라는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정작 품목제한이 적용된 망원시장 상인들은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겠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품목 지정이 소극적인 데다 불경기로 손님 자체가 줄다보니 상인들 사이에선 품목을 더 폭넓게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소기업청과 시민단체 등의 말을 종합하면, 망원·월드컵시장 상인회가 홈플러스 합정점과 합의한 상생품목에는 떡볶이·순대·오징어·소고기 국거리 등이 포함됐다. 중기청에서 제안한 무·배추·사과·배 등은 빠졌다.

대를 이어 30년째 망원시장에서 쌀이나 깨, 고추를 파는 고종순씨는 “마트에서 잘 취급하지 않는 것들을 지정해놨다. 대형마트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중소상인도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다른 공산품들도 많은데 굳이 왜 농수산물까지 팔려는지 모르겠다. 최근엔 날이 풀려 손님들이 늘었는데도 매출은 작년의 절반까지 줄었다”고 말했다.

판매제한 품목을 교묘히 피하는 ‘꼼수 영업’도 논란이다. 망원시장의 한 상인은 “떡볶이를 안팔기로 했는데 홈플러스 합정점 매장에 불볶이라고 있다고 한다. 확인을 해서 문제 제기를할 것”이라고 말했다.

망원시장에서 5년째 어묵장사를 하는 송은성씨는 “지난달 홈플러스 합정점이 문을 열고 매출이 20% 이상 떨어졌다. 더 떨어지면 가게를 접겠다는 사람이 나올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육점인 망원축산의 직원 조경옥씨도 “대형마트가 문을 여니까 애기 엄마 등 젊은 사람들이 안 온다”고 하소연했다.

이들 상인들은 지난 10년 동안 뒤로, 뒤로 밀렸다. 망원·월드컵시장은 이 지역의 대표적 재래시장이었다. 그런데 2002년 망원시장에서 불과 1.5㎞ 떨어진 월드컵경기장에 홈플러스 월드컵점이 처음 들어섰다. 몇 년 뒤엔 지하철 망원역 옆에 기업형슈퍼마켓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문을 열었다. 그러는 동안 인근의 영진시장과 합정시장은 사실상 사라졌고, 홍대 앞 서교시장은 명맥만 유지하게 됐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망원시장에서 불과 1㎞ 거리에 대형마트인 홈플러스 합정점이 들어선 것이다. 홈플러스 합정점은 지난달 14일 문을 연 지 사흘 만에 손님 2만여명이 다녀갔다.

망원·월드컵시장 상인회는 한 달에 한 번 홈플러스 합정점과 ‘상생협의체’ 회의를 연다. 14일 첫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서정래(51) 망원 상인회장은 “상생품목 권고제가 고객 불편을 초래한다지만, 전통시장 밀집지역 위주로 지역 특성에 맞게 제한적으로 적용해가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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