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인 발자취 확인한다면서
예산 20억 편성해 사업 추진
탐험대 다수가 공무원·홍보팀
방문지도 새마을 기념관 끼워
중국 현지선 조율 안돼 행사취소
예산 20억 편성해 사업 추진
탐험대 다수가 공무원·홍보팀
방문지도 새마을 기념관 끼워
중국 현지선 조율 안돼 행사취소
경북도가 8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엑스포 행사와 연계해 추진하고 있는 실크로드 탐험을 두고 1차 탐험을 마친 참가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실크로드와 별 상관 없는 구미 새마을기념관과 낙동강 구미보를 방문하는가 하면, 아무런 역할도 없는 공무원과 사전지식도 없는 대학생을 대거 탐험대에 포함시켜 홍보를 위한 ‘구색 갖추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북도는 8일 “경북도 실크로드 1차 탐험대가 16박17일 일정으로 경주에서 중국 시안까지 실크로드 탐험을 마치고 6일 귀국했다”고 밝혔다. 실크로드 1차 탐험대는 지난달 21일 경주엑스포 천마광장에서 출정식을 열고 “신라문화를 재조명하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실크로드가 동쪽으로 한반도까지 이어지는 것을 연구하겠다”며 중국으로 향했다.
<한겨레> 취재 결과, 탐험대는 22일 구미 새마을기념관과 낙동강 구미보를 잇따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23일에는 안동 하회마을에 들렀다가 24일 경기도 평택항에서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항으로 출항했다. 또 중국에 가서는 중국 정부와 일정 조율에 실패해 1일과 4일 허난성과 셴양의 환영 행사가 잇따라 취소됐다.
탐험대 구성도 구설수에 올랐다. 1차 탐험대원 75명 가운데 실크로드와 관련된 역사 전문가는 고구려·동아시아 해양사를 전공한 윤명철 동국대 교수(교양교육원)와 불교사를 전공한 김복순 경주 동국대 교수(국사학과) 단 2명에 불과했다. 공무원 (29명)과 언론사 관계자(10명)가 탐험대의 절반을 자치했고, 대학생 18명도 대부분 사전지식 없이 참가했다. 공무원들도 ‘기수팀’이라는 이름으로 아무런 역할이 없거나 행정지원팀이나 홍보지원팀 등이 대부분이었다. 일부 공무원은 태극마크가 달린 탐험복을 입고 1일 허난성박물관 안에서 전시된 동상에 올라타고 기념사진을 찍다가 중국 직원들에게 제지당하는 망신도 겪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참가자는 “새마을기념관과 구미보가 실크로드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대학생과 공무원 등 대부분이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탐험에 참가했다. ‘무슨 해외관광이 이렇게 힘들어’라고 불평하는 공무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인 탐험대 리더에게 탐험과 관련한 권한을 거의 주지 않았던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경북도가 탐험 등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위해 편성해 놓은 예산은 20억원에 이른다.
탐험대 리더로 참가했던 윤명철 교수는 “중국 전역에 남아 있는 신라인들의 발자취를 직접 확인한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탐험하는 곳에 대한 학술적 연구와 학습이 더 필요했다. 경북도가 탐험을 위해 더 진지하고 체계적인 접근을 할 필요성이 있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경북도 쪽은 “7월17일 중국 시안에서 출발해 8월31일 엑스포 행사에 맞춰 터키 이스탄불에 도착할 예정인 2차 탐험 때는 부족했던 부분을 잘 보완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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