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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죽은 병원’서 지역 거점 병원으로

등록 2013-04-09 22:04수정 2013-04-09 22:38

혁신으로 거듭난 ‘도 의료원’ 파주병원
몇년전 직원들도 외면하던 병원
노사소통·신뢰로 새롭게 부활
경기도도 297억 지원 본관 신축
최신시설 갖추고 환자수 4배로

“병상 100개 가운데 환자 60여명이 있었지만 대부분 중풍과 치매 등 만성 환자였고 급성 환자는 거의 없어 요양소 같았죠. 병실에는 비가 줄줄 새고, 한마디로 죽은 병원이었습니다.”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주민들은 물론 병원 직원들도 이용하기를 꺼리는 병원이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부원장으로 정년 퇴임한 뒤 2007년 4월 원장에 부임한 김현승(71) 파주병원장은 9일 “노사분규는 끊이지 않았고, 의료 질은 형편없었고, 만성적자로 직원들은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좋지 않은 민원이 잇따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6년이 지난 지금, 파주병원은 300병상의 현대식 건물과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장비 등 최신 의료장비를 갖춘 경기 최북단 파주지역의 거점 공공병원으로 탈바꿈했다. 환자 수는 하루 160여명에서 600여명으로 4배가량 늘었고, 지난해 31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건물 감가상각비 등 28억원을 빼면 실제 적자는 3억원에 불과할 만큼 경영도 정상화됐다.

파주병원이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공공병원으로 거듭난 것을, 김 원장은 당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파주병원지부의 박영태(47) 지부장과 직원들의 헌신적 노력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돈이 모자라 월급을 80%밖에 줄 수 없었습니다. 노조 쪽이 먼저 의사의 사기가 떨어지면 안 되니 의사에게 100%를 주고 나머지를 직원들이 나눠 받겠다고 제안했어요. 나는 거꾸로 의사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직원들이 100% 받고 남은 금액을 의사가 받겠다고 했지요. 노조가 뜻을 굽히지 않자, 의사들도 자신의 월급 일부를 떼어 직원들의 임금을 보전해줬습니다.”

노사의 상호 신뢰는 그해 10월 ‘파주병원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 선언문’으로 공표됐다. 노사는 병원장과 지부장 등 간부의 3개월치 월급 반납, 무급 순환근무, 전 직원 2년간 임금인상분·연차휴가수당 전액 반납 등에 합의했다. 상생방안을 마련한 박 전 지부장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상급단체와 다른 사업장으로부터 욕도 많이 먹었다. 하지만 이전에 낙하산으로 온 무능한 경영진과 달리 원장에 대한 믿음이 생겼고, 병원을 살릴 돌파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노사의 상생노력은 경기도의 지원을 끌어냈다. 병원 신축을 위해 국비 43억원을 확보했지만 ‘혁신하지 않으면 도민의 혈세를 지원할 가치가 없다’며 도비 지원을 거부한 김문수 경기지사의 태도를 돌려놨다. 경기도는 도비 297억원을 내놨고, 국비까지 보태 2011년 4월 300병상 규모 본관을 갖추게 됐다. 김 원장은 “노사의 자구노력과 경기도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50년 역사의 파주병원은 만성 환자 뒤치다꺼리하는 구실을 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병원은 2011년 무료 이동진료, 의료취약지역 의료봉사, 개성공단 노동자 무료검진 등의 공로로 국가인권상을 받았다. 올해 노동부의 노사문화 우수기업 대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파주병원의 노사는 ‘의료는 시장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 되고 국가가 책임지고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특히 지방의료원은 진료비가 싸고 특진 등을 할 수 없어 흑자를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파주/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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