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위기상황으로 긴장감이 흐르는 13일 경기 파주시 진동면 서곡리 민간인출입통제구역안 들녘에서 장기수와 통일운동단체 회원 등 시민 40여명이 못자리 조성 일손돕기를 마친 뒤 인근 ‘임진강 6·15 사과밭’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민통선 ‘모판 만들기’ 일손돕기 나선 시민들
장기수·재일동포 등 40여명 참가
2003년 시작된 뒤 11년째 이어져
높은 남북 긴장에 안타까움 토로
장기수·재일동포 등 40여명 참가
2003년 시작된 뒤 11년째 이어져
높은 남북 긴장에 안타까움 토로
주말인 지난 13일 남북관계 경색으로 긴장감이 평소보다 짙게 흐르던 임진강 건너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안 논에선 시민 40여명이 찾아 못자리 만들기를 거들었다.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서곡리 민통선 안 해마루촌에 사는 농민들의 들녘을 찾은 시민들은 종일 바쁘게 일손을 놀리면서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이야기꽃을 피웠다.
“박근혜 정부가 진정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원한다면 6·15 남북공동선언을 준수하고 5·24 대북 경제제재 조처를 해제해야지요.” 참가자 가운데 최고령으로 29년6개월간 복역한 장기수 양원진(85)씨는 “외국의 간섭 없이 우리 겨레끼리 통일을 지향하는 것이 맞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일손돕기는 양씨 등 장기수 5명 말고도 재일동포 리정애(38)씨와 한국인 남편, 일본 조선학교 아이들을 다룬 영화 <우리 학교>의 팬카페 회원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회원 등이 참가했다. 해마루촌에 살며 벼농사를 짓는 이재석(47)·재훈(45)씨 형제와 ‘임진강 6·15 사과원’을 경작하는 전환식(64)씨의 논 13만2000㎡(4만평)에, 모를 심을 수 있는 모판 4000장을 날라 3000여㎡ 크기의 비닐집 못자리를 만드는 일이었다. 이재석씨는 “친척이나 친구들한테서 최근 ‘불안하지 않으냐’는 안부전화를 몇 차례 받았다. 하지만 서울이나 이곳이나 상황은 마찬가지다. 평소처럼 농사 준비를 차분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부대가 삼엄하게 경비하는 통일대교를 건너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인근의 들녘은, 눈앞에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 철책이 둘러진 최전방 지역이어서 두메산골만큼이나 고요했다. 쌀쌀한 바람이 불었지만 참가자들이 나눈 대화에는 남북관계가 풀리기를 소망하는 마음과 최근 한반도 위기 상황을 걱정하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일손돕기를 주선한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운영위원 유영호(49)씨는 “2003년부터 11년째 이맘때쯤 봄나들이를 겸해서 민통선 일손돕기를 해오고 있다. 민주화운동이나 통일운동에 관심 있는 이들이 많이 참가한다”고 했다.
재일동포 3세 리정애씨는 엿새 전 입국해 민가협 양심수후원회에서 활동하는 동갑내기 남편 김익(38)씨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재일동포 리정애의 서울체류기>의 저자로 조선적을 가진 리씨는 2010년 김씨와 서울에서 결혼한 뒤 한국 정부가 비자를 내주지 않아 1년4개월 동안 떨어져 살다가 시아버지 장례식에 참석하러 1개월짜리 비자를 받아 입국했다. 리씨는 “조선적은 일본에서 무국적자로 간주돼 외국에 나갈 때 일일이 비자를 받아야 하는 등 외국인보다 더 차별이 심하고 불편하다. 하지만 분단 조국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조국이 통일될 때까지 국적을 바꾸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북에 아내와 자식 등 가족이 사는 장기수 김영식(80)·박희성(79)씨는 “외국이 쳐놓은 분단의 철조망을 걷어내지 못해 50년째 지척인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착잡해했다. 1차 송환 대상에서 탈락한 뒤 2차 송환이 열리기만을 기약 없이 기다린다고 했다.
파주/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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