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비·장학금 빼돌려
조직원자금·유흥비에 써
조직원자금·유흥비에 써
2008년 5월 초 경북 구미시 원평동에서는 야구방망이와 목검 등을 든 조직폭력배 20여명이 도로 양쪽에서 대치하며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쪽은 김천제일파, 다른 한쪽은 구미호영이파 조직원들이었다.
두 폭력조직이 충돌 직전까지 간 것은 다름아닌 전문대 총학생회장 자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김천제일파 실세인 행동대장 최아무개(33)씨는 2008년 2월 ㄱ대 호텔조리학과에 입학했다. 그해 9월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였다.
선거가 다가오자 상대 후보로 김아무개(34)씨가 출마했다. 김씨는 김천제일파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자, 자신과 친분이 있는 구미호영이파 조직원들을 끌여들였다.
이날 두 폭력조직은 충돌까지 가지는 않았다. 최씨가 그해 총학생회장 선거를 포기하고 그 대가로 김씨로부터 3000만원을 받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총학생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당선됐고, 최씨는 휴학했다.
최씨는 2010년 9월 총학생회장 선거를 노리고 대학에 복학했다. 최씨는 총학생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당선됐다. 상대 후보는 아무도 없었다. 2010년 10월부터 1년 동안 총학생회장을 맡은 최씨는 학생회비 5700만원과 학생회 간부 34명의 장학금 5400만원 등 1억원 넘는 돈을 가로채 김천제일파 조직원들의 관리자금이나 유흥비 등으로 쓴 혐의가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8일 ㄱ대 총학생회를 장악해 학생회비 등을 빼돌린 혐의 등(횡령 등)으로 최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김천 시내 가게 주인들로부터 돈을 빼앗거나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이 폭력조직 조직원 박아무개(34)씨 등 6명도 함께 구속하고, 2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천제일파는 ㄱ대뿐 아니라 경북 김천 ㄱ대에서도 2007년과 2008년, 2010년 ‘바지 후보’로 내세운 후배를 총학생회장 선거에 당선시켜 2007년에만 학생회비 등 67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들이 총학생회장을 장악해 횡령한 돈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대학교가 이들과 공모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6월 전남 순천에서도 조직폭력배들이 지역 대학의 총학생회장직을 수년간 ‘대물림’하며 수억원의 학생회비 등을 횡령해온 혐의가 드러나 조직원 8명이 구속됐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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