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낮 12시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나온 직원들이 불이 난 대구시 수성구 만촌1동 ㄱ빌딩 3층에서 현장 감식을 벌이고 있다. 김일우 기자
대구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미문화원’이란 영어학원에 반미 성향인 이들이 낸 것으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 불은 바닥과 벽 일부를 태우고 곧 꺼져 큰 피해는 없었다. 미국 보스턴 테러가 난 시점에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듯한 이름을 내건 사무실에서 폭발음이 나자 경찰 특공대와 군부대 폭발물 처리반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22일 아침 7시8분께 대구 수성구 만촌1동 ㄱ빌딩 3층 복도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난 것을 청소노동자 이아무개(63·여)씨가 발견해 112에 신고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같은 건물 9층에 있는 병원에서 ‘불에 타는 냄새가 난다’고 해 3층에 가보니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불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불이 난 곳에는 ‘반미반파쇼 투쟁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남긴 A4 종이 5장이 발견됐다. 종이에는 “미국은 지난 100년 넘게 우리 민족에게 천인공노할 야만적 범죄를 저질러왔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이 땅 위에서 핵전쟁까지 일으키려 하고 있다. 이제 더는 참을 수 없다. 미국과의 악연을 끊을 때가 왔다. 미국 놈들은 각오하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 학원은 개인이 초등학생 대상으로 운영하는 영어학원으로, 미국 정부가 국내 대도시에서 한때 운영했던 미국문화원과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1980년대 대학생·청년들은 미국 정부가 전두환 군부독재를 비호한다며 광주·부산 미문화원에 불을 지르고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 농성을 한 바 있다.
경찰은 아침 6시39분께 이 건물 들머리 폐회로텔레비전(CCTV) 화면에서 2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모자를 쓴 남성 2명이 배낭을 메고 건물로 들어갔다가 2분 뒤 건물을 뛰어나오는 장면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들이 개인 영어학원을 미국 정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착각해 인화물질이 든 음료수병으로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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