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지역 청소년과 시민들이 27일 경기 파주시 도라산남북출입사무소를 찾아 주변 한반도 모양 화단에 꽃을 심고 있다.
민통선 꽃심기 나선 고양 청소년·시민들
“현장 보니 통일 힘써야겠다 생각”
참석자들 호응 좋아 정례화하기로
가을께 북한에 청소년꽃심기 제안
“현장 보니 통일 힘써야겠다 생각”
참석자들 호응 좋아 정례화하기로
가을께 북한에 청소년꽃심기 제안
“지금 심는 데이지꽃의 꽃말(평화·희망)처럼 남북 사이에 하루속히 평화와 화해가 도래하길 기도합니다.”
남북관계 경색 끝에 개성공단에 있던 회사원 126명이 짐을 싸들고 귀환하던 27일, 경기 고양지역 청소년들과 시민 50여명이 경기 파주시 장단면 도라산남북출입사무소를 찾아 데이지꽃 3000여본을 심으며 남북 평화를 염원했다. 이들은 사무소 옆 한반도 모양의 작은 화단(60여㎡)에 데이지꽃을 심고, 한반도 통일 염원의 상징인 경의선 도라산역에 화분 100여개를 건넸다. 이어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안 해마루촌에 들러 자두나무 10여그루와 꽃 500여본을 심은 뒤 판문점을 견학했다.
이날 ‘평화의 꽃 심기’ 행사는 고양지역 민간통일운동단체 ㈔고양평화누리가 주관했다. 고양 상탄초교, 일산동중, 고양외국어고 학생·학부모 40여명과 행복한미래교육포럼, 전교조 고양중등지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10명이 참여했다.
고양외고 2학년 고인혁(17)군은 “평소 남북 분단을 별로 의식하지 못했는데, 분단 현장에 와보니 통일에 힘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학부모 고영미(50)씨는 “남북관계가 좋아져 가족이 함께 열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까지 여행하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복한미래교육포럼 대표인 최창의 경기도 교육의원은 “미래 통일조국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는 남북 당국에 ‘총 대신 꽃을 들라’고 호소하는 것”이라고 행사의 뜻을 새겼다.
지난해 10월부터 청소년들과 판문점 견학을 다녀온 고양평화누리는 학생·학부모의 반응이 좋아 판문점 견학과 민통선 꽃 심기를 정례화할 방침이다. 다음달 11일에는 상탄초 어린이 등 50여명과 2차 민통선 꽃 심기에 나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함께 찾았던 도라산역 플랫폼에 꽃밭을 꾸밀 계획이다. 가을께는 북쪽에 청소년 꽃 심기를 제안할 생각이다.
은희만 고양평화누리 사무국장은 “청소년들이 평화통일운동의 주역이 돼야 한다. 도라산역에서 판문역으로, 해마루촌에서 기정동마을로, 남 출입사무소에서 북 출입사무소로 청소년들의 평화의 꽃 심기를 확대하려 한다”고 말했다.
민통선 마을 주민들은 청소년들을 반갑게 맞았다. 정재겸(68) 해마루촌 이장은 “학생들이 찾아와 꽃과 나무를 심어준 것은 마을이 생긴 이래 처음이다. 남북이 조금씩 양보해 개성공단과 남북관계가 정상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주/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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