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옹벽에 길이 110m 벽화
주민·의료진이 직접 채색하고
450여명 얼굴 음각으로 새겨
주민·의료진이 직접 채색하고
450여명 얼굴 음각으로 새겨
한센인들의 아픔과 희망을 새긴 대형 벽화가 소록도에 만들어졌다.
30일 오전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리 국립소록도병원에서 소록도 주민과 재능기부 작가 등 300여명이 병원 옹벽에 길이 110m, 높이 3.05m로 설치된 벽화 ‘염원, 소록의 꿈’을 제막했다. 벽화를 덮었던 천이 걷히는 순간 권영빈 한국문화예술위원장, 김승남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박형철 소록도병원장, 박병종 고흥군수 등이 큰 박수로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 벽화는 지역의 남포미술관이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동안 추진했던 프로젝트 ‘아름다운 동행:소록도 사람들’의 결과물이다. 이 프로젝트로 전국에서 4300만원의 재료비와 후원금이 걷혔고, 박대조·현종호씨 등 작가 30여명이 재능을 기부했다. 벽화에는 28t 분량의 화강석과 대리석 돌판 850장이 쓰여 1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갔다. 주민들과 의료진은 벽화의 돌판을 채색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주민 이창원(67)씨는 “벽화엔 소록도의 과거·현재·미래가 담겼다. 야물게 잘 만들어져 흐뭇하다”고 반겼다.
특히 주민, 의료진, 봉사자 등 450여명 얼굴을 음각으로 새긴 ‘현재’ 부분이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소록도의 아픈 과거는 단종되는 아기 사슴으로, 밝은 미래는 초원에서 평화롭게 노니는 아기 사슴으로 각각 표현했다.
곽형수(63) 남포미술관장은 “벽화에는 비한센인과 한센인이 차별 없이 뒤섞여 있다. 벽화에서처럼 한센인이 환하게 웃을 수 있도록 바깥의 시선이 따뜻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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