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리 맑은 물 흐르는 자연하천을
나무 1천그루 베어내고 ‘인공’ 개조
큰 욕조만한 수조로 옮긴 물고기
기온상승·산소부족으로 떼죽음
나무 1천그루 베어내고 ‘인공’ 개조
큰 욕조만한 수조로 옮긴 물고기
기온상승·산소부족으로 떼죽음
경기도 파주시가 통일동산 헤이리 예술마을의 생태하천 복원공사를 하면서 나무 1000여그루를 베어내고 물고기 수천마리를 떼죽음으로 몰아넣어 환경단체와 지역주민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1일 하천 공사가 진행중인 파주 헤이리 마을 가운데 자리한 2000여㎡ 크기의 연못(갈대습지)은 공사업체가 바닥을 준설하기 위해 물을 빼내 물고기와 개펄이 썩어가고 있었다. 헤이리 마을을 가로지르는 너비 1~2m의 헤이리천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시냇가에 한창 아름다운 신록을 뽐내고 있어야 할 갯버들 등 1000여그루의 나무들이 오간 데 없이 사라져 삭막했다.
이는 모두 파주시가 지난 3월부터 벌인 헤이리천 공사 탓이다. 시는 헤이리천(전체 1.2㎞)의 마을 안 구간(630m)에 일정 수량의 물이 항상 흐르도록 하며, 하천 바닥에 조경석을 깔고 징검다리 등을 만들어 주민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하류인 마을 입구에 저수조를 만들고 상류 쪽 연못으로 저수지 물을 펌프로 끌어올려 인공적으로 순환하도록 하는 공사를 진행중이다. 소요 예산 30억원이며, 오는 11월 완공 목표다.
문제는 파주시가 이 과정에서 10여년 전 마을 조성 때 심어 울창해진 하천 주변 나무 1000여그루를 베어냈고, 연못 바닥 준설을 위해 물빼기를 하면서 연못에 살고 있던 붕어와 잉어, 메기, 가물치, 동사리, 얼룩동사리 등 물고기 수천마리를 둘레 2.4m 크기의 임시 수조로 옮겨 놨다는 점이다. 임시 수조 안의 물고기는 지난 27일 기온이 오르면서 용존산소 부족 등으로 대부분 떼죽음했다. 마을 주민 안재영(51)씨는 “하천 바닥에 조경석을 깔고 왕버들을 파내고 벚꽃나무를 심는 식의 하천 토목공사에 반대한다. 마을이 환경친화와 반대 방향으로 갔다”고 말했다.
노현기 파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파주시가 엉터리 조사와 설계를 바탕으로 졸속으로 생태복원 공사를 벌이는 바람에 혈세 30억원을 쏟아부어 하천의 생태계를 파괴했다. 공사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헤이리천은 주변에 오염원이 거의 없고 지하수가 유입돼 1급수가 유지돼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파주시 관계자는 “생태하천을 만드는 데 30억원은 많은 돈이 아니다. 주민들과 협의해 주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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