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국외여행…240만→800만원
예산 6천만원 확보·추경 1억 편성
“주민사업은 예산없어 못한다며…”
예산 6천만원 확보·추경 1억 편성
“주민사업은 예산없어 못한다며…”
강원도 원주시가 명예퇴직을 신청한 공무원에게 부부동반 국외여행 비용으로 최대 800만원을 지원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는 ‘선심성 예산’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원주시는 공무원 사기 증진과 복지를 위해 올해부터 명예퇴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국외여행 지원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지난해까지 직원들이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부부동반 국내여행 비용으로 240만원 정도를 지원하던 사업을 올해부터 국외로 여행지를 바꾸고 지원금도 대폭 확대한 것이다. 강원지역 18개 시·군 가운데 명퇴 신청 공무원 부부에게 국외여행 비용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원주시가 유일하다.
이를 위해 원주시는 올해 본예산에 6000만원을 확보한 데 이어 5월 임시회에 추경예산 1억원을 추가로 편성했다. 지난 20일 관련 예산이 시의회 상임위를 통과했고, 23일 예결위, 24일 본회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정유선 원주여성민우회 대표는 “주민참여 예산위원회 회의 때는 매번 주민들이 낸 사업은 예산이 없어 못한다고 하면서 퇴직 앞둔 공무원들이 부부동반으로 국외여행 갈 돈은 있느냐. 전형적인 선심성 예산인 만큼 예결위에서 절대 통과시켜선 안 된다”고 말했다.
사업 진행 과정도 허술하다. 명퇴를 신청한 공무원이 국외여행을 신청하면 원주시는 근무연수에 맞춰 비용만 지급할 뿐 여행 프로그램과 여행지 등은 관여하지 않아 관광성 여행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또 현직 공무원이 국외여행을 가면 귀국보고서와 정산 영수증 등을 꼼꼼하게 챙겨야 하지만 명퇴 공무원은 다녀온 후 비행기 영수증만 내면 된다. 2011년 비슷한 사업을 시행한 경남 사천시에선 명퇴 신청 공무원들이 국외여행을 간 것처럼 꾸며 허위공문서를 제출한 후 지원금을 챙긴 혐의로 28명이나 무더기 입건되기도 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공무원이 명퇴하면 1인당 5000만원 정도 시비가 절감되고, 새 일자리 창출과 인사 적체 해소 등에도 도움이 된다. 명퇴를 신청한 후 바로 국외여행을 떠나면 귀국보고서와 영수증 등을 꼼꼼하게 챙기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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