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인문학모임 ‘귀가 쫑긋’ 회원들이 지난 23일 고양 일산서구 대화동 사과나무치과병원 강의실에서 노자의 <도덕경> 강좌를 듣고 있다.
고양시 인문학 모임 ‘귀가 쫑긋’
2009년부터 철학·역사·문학 학습
2009년부터 철학·역사·문학 학습
“현대 생각의 많은 실마리들이 고전에서 비롯됩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마을 만들기, 협동조합운동도 2500년 전 사상가 노자에게서 그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 23일 저녁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사과나무치과병원 5층 강당에서 노자의 <도덕경>을 강의하는 인문학 강사 김경윤(49)씨가 노자의 무위사상 등이 협동조합이나 마을만들기 같은 소규모 공동체 활동으로 이어진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강의 뒤엔 그와 수강생 10여명 사이에 진지한 토론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고양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보자는 뜻에서 꾸린 인문학 모임 ‘귀가 쫑긋’의 강좌 장면이다.
4년 전부터 강좌가 열려 왔는데, 회원 40여명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 모임의 송도현(53) 회장은 “고양시에 사는 사람들이 어울려 좀더 품격 있는 도시를 만들고 싶어 2009년 인문학 모임을 꾸렸다. 철학, 역사, 문학 공부를 시작했는데 열기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모임 총무를 맡은 김혜성(47) 사과나무치과병원 원장이 병원 5층 165㎡ 크기 강당을 강의실로 제공했다. 회원들이 낸 연회비로 강사를 섭외해 다달이 여는 시민 대상 정기 강좌는 39번째를 맞았다. 100여명이 참석하는 정기 강좌 말고도, 주마다 또는 격주로 여는 글쓰기, 노자·장자·니체 등의 철학 강좌에는 10여명이 꼬박꼬박 참가한다. 1년 전부턴 고양시 역사·문화 바로알기 탐방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김 원장은 “처음에 무슨 목표를 갖고서 시작한 것은 아니다. 모이는 사람들의 지적 욕구나 아이디어가 보태져 조금씩 진화하고 있고 회원들이 이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모임 회원은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꾸려진다. 이날 <도덕경> 강사로 나선 김경윤씨도 처음엔 강의하러 왔다가 열성 회원이 돼 지금은 부회장을 맡고 있다. 회원들은 가구점·출판사 사장, 회사원 등 직업도 다르고, 20대에서 5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서점을 운영하는 남윤숙(46) 회원은 이날 강좌에 대학생 아들(21)을 데리고 왔다. 남씨는 “장자 강의를 듣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아들에게 이런 이야기도 있다는 것을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강좌에 오는 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이 모임이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겠다고 여겼다. 인문학 공부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고양/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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