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까지 주민참여 손길동구 화정동 동구청사 안 우산 모양 버스 승강장에서 26일 시민들이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이 승강장은 지난해 10월 주민참여예산위원이 ‘비를 맞지 않게 버스 승강장을 마련해 달라’는 의견을 내자 울산 동구가 400여만원을 들여 우산 모양으로 만들었다. 울산 동구 제공
[영남 쏙] ‘주민참여예산제’ 우리는 어디까지 왔나
주민참여예산제가 의무화된 지 세해째에 접어들었다. 울산 동구·북구가 일찍부터 시행하는 반면, 대구·경북에선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의 소극적인 태도로 첫걸음도 떼지 못한 양상이다. 왜 그럴까?
주민참여예산제를 시행하도록 2011년 7월 지방재정법이 개정됐지만, 영남지역은 전반적으로 주민참여예산제가 그리 활발하게 시행되지 않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은 주민참여예산제의 ‘무덤’이다. 이런 대구와 경북에서 주민참여예산제 도입을 끈질기게 주장하며 주민참여예산제에 소극적인 집행부와 1년 넘게 마찰을 빚고 있는 지방의회가 한 곳 있다. 대구 북구의회다.
대구 북구의회는 2011년 10월 주민참여예산위원회는 물론이고 주민참여예산조정위원회와 주민참여예산연구회, 예산학교까지 운영하도록 하는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를 만들었다. 그러나 집행부가 문제였다. 북구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가며 주민참여예산제에 소극적인 태도만 보였다. 올해 들어와서야 북구의회에서 강한 불만을 드러내자 주민참여예산 연구회를 구성했다.
경남도, 2002년부터 도민의견 수렴
울산시는 참여예산 비율 16% 넘어
울산 동구, 구민 예산학교 운영도 대구시 예산협의회 시민 3명뿐
대구 북구의회만 실현 안간힘
경북도는 아예 위원회도 없어
영남지역에서도 주민참여예산제가 전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활성화되고 있는 곳이 있다. 야당 단체장이 있는 울산시 동구와 북구다.
동구는 2003년 6월 광주광역시 북구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조례를 제정해 주민참여예산제를 적극 시행하고 있다. 동구는 주민참여예산제 시행을 위해 시민위원회(96명)는 물론 시민위원회 산하에 5개 분과위원회와 9개 동별 지역회의를 두고, 협의회와 연구회, 예산학교 등도 운영하고 있다. 동구는 올해 53건 200억원(총예산의 12.5%)을 시민위원회를 통해 결정했다.
북구도 동구에 이어 2005년 6월 일찌감치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주민참여예산제 시행을 위해 시민위원회(80명)는 물론 시민위원회 산하 분과위원회에다 조정위원회와 연구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 북구는 지난해부터 5억원 범위 안에서 소규모 사업에 대해 시민위원회에 직접 예산 결정권을 주고 있다.
울산시는 2011년 10월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는 제정했지만,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아 예산편성 과정에 시민의 직접참여는 배제돼 있다. 다만, 시가 상시 운영하는 누리집의 ‘시민참여예산방’을 활성화하고 시와 구·군 민원실에 설문조사지를 비치해 예산편성 단계에서부터 시민 여론을 수렴하는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울산시가 이런 방식으로 결정한 올해 예산은 90건 4178억원(전체 예산의 16.4%)이다.
경남도는 2002년부터 도민 대상 설문조사로 의견을 수렴했고 2009년 2월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를 만들었다. 79명으로 꾸려진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6개 분과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3월 전체회의, 4월 분과회의, 3~5월 도민 예산학교 운영, 7~8월 인터넷을 이용한 예산편성 관련 여론조사, 9월 도민공청회 등을 거쳐 다음해 예산에 대한 도민들의 의견을 종합해 경남도에 낸다. 지난해 102건을 제안했고 50건, 6190억원(전체 예산의 9.9%)이 반영됐다.
부산시는 2011년 8월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를 만들었다. 지난해 4월 공개모집을 통해 뽑힌 시민 30명과 시민단체 추천 인사 10명, 예산 전문가 8명, 부산시 간부 6명, 구청장·군수가 추천한 16명 등 70명이 참가하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꾸렸다. 지난해 6월엔 예산학교를 운영했다. 주민참여예산위원회는 5개 분과위원회를 꾸려 시민이 제안한 92건을 심의했다. 시는 16건, 198억원(전체 예산의 0.2%)을 수용했다.
대구·경북지역에선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한 관심을 찾기 어렵다. 법 개정으로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를 제정하기 했지만, 실질적으로 주민참여예산이 반영된 적은 없다. 대구시는 주민참여예산협의회를 꾸렸지만 위원이 10명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시민은 5명뿐이다. 나머지 5명은 공무원과 시의원들이다. 예산학교도 운영하지 않는다. 2011년 8월 대구시가 조례를 제정하던 당시 대구참여연대 등은 시민위원회·분과위원회 구성, 예산학교 운영 등을 조례에 넣을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대구시는 시행규칙에 넣는 것을 검토해보겠다며 조례를 통과시키고는, 이후 시행규칙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경북도도 2011년 9월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만 만들었을 뿐, 주민참여예산위원회나 예산학교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정책국장은 “대구시 주민참여예산 과정은 형식적으로 운영될 뿐이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주민참여예산제는 유명무실하게 될 것이다. 실질적인 주민 참여를 보장하는 시행규칙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김일우 신동명 최상원 김광수 기자 cooly@hani.co.kr
“힘있는 단체가 ‘동네 민원’ 좌지우지…주민참여로 해결 가능” 유병철 대구 북구의원
“소수 엘리트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예산 편성·심의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그 권한을 일부 되돌려준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대구 북구의회 유병철 구의원(사진)은 24일 두꺼운 책 두 권 분량의 자료를 꺼내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부터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방안을 연구하며 모아놓은 각종 연구 자료였다. 주민참여예산제가 잘 운영된다는 소문을 듣고 광주광역시 북구, 인천 연수구·남동구, 경기 부천시 등을 찾아가 배우고 모아온 자료였다.
유 의원은 지난해부터 동료 구의원들과 함께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을 위해 뛰어다니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대부분의 지방의원들이 소극적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집행부인 북구 쪽은 부정적인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유 의원은 “집행부는 업무량을 늘리고 예산 편성권도 빼앗아간다고 여기고, 지방의원들도 예산 심의권 일부를 잃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동안 알음알음 해결해주던 각종 동네 민원 사업이 줄어들 것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지방의원들이 동네에서 민원 사업을 풀어주고 생색을 내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는 “동네 민원 사업들은 힘 있는 단체가 먼저 차지하곤 했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긍정적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호소했다. 우리 동네에 얼마큼의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주민들이 함께 고민해달라는 당부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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