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강릉 경포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출입로에 걸린 두 개의 펼침막. 음주를 자제하라는 펼침막(위)은 강릉시와 강릉경찰서에서, 음주행위가 불법이 아니라는 펼침막은 경포번영회에서 걸었다. 사진 최우리 기자
1년만에 규제 않기로…상권 위축으로 ‘경찰권 남용’ 비판
강릉경찰서장 “법적 근거없는 과도한 규제 안하겠다”
강릉경찰서장 “법적 근거없는 과도한 규제 안하겠다”
지난해 경포해변에 술을 갖고 들어가거나 마시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려다 논란을 일으켰던 강릉경찰서가 올 여름에는 음주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하지 않기로 했다. 1년 만에 방침이 180도 바뀐 셈이다.
정인식 강원 강릉경찰서장은 27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올해는 법적 근거가 없는 과도한 음주 규제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 서장은 지난해 7월 경포해변에서의 음주 금지를 추진했던 장신중 전 강릉경찰서장의 후임으로 지난달 22일 취임했다. 장 전 서장은 충북지방경찰청으로 전보 조처됐다.
정 서장은 “경찰이 시민들에게 술을 먹지 못하게 할 근거가 없다. 지난해 경찰이 근거 없는 말을 해서 지역주민들로부터 원망을 많이 들었다. 올해는 미성년자 음주 단속과 ‘주취 폭력’ 방지 등 경찰 본연의 임무 중심으로 강력한 단속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정 서장이 이런 결정을 하게 된 이유는 지난해 경찰이 법적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경포해변에서의 음주 금지를 추진하는 바람에 ‘경찰권 남용’이란 비판과 함께 지역주민들로부터 극심한 반발을 샀기 때문이다.
경찰은 당시 강릉시와 함께 음주 규제의 근거가 될 조례 제정도 추진했다. 그러나 시의회는 “획일적인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고 계도·홍보를 통한 자율적 변화가 우선”이라며, 조례의 심사를 보류하는 등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포대 인근 상인들도 지난해 7월 상가 문을 닫고 피서객을 상대로 경포해변 음주 규제의 부당성을 알리는 거리행진에 나섰으며, 집단휴업 사태로까지 확산됐다. 결국 강릉경찰서는 지난해 ‘음주 금지’에서 ‘강력 계도’로 방침을 바꾼 바 있다.
허병관 경포번영회장은 “지난해에는 장신중 전 서장이 법적 근거도 없이 무리하게 일을 추진해 문제가 생겼다. 변화된 경찰의 태도를 환영한다. 올 여름에는 번영회 차원에서 건전한 해변 음주문화 캠페인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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