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로 택시 70여대 확인
대구 여대생 납치 살해 사건의 수사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사건 당시 주검이 발견된 경주 저수지 주변 도로를 통행한 택시가 70여대인 것을 확인했지만, 실제 택시를 운전한 사람의 신원을 밝혀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경찰은 29일 신고보상금 500만원을 내걸었다.
채승기 대구 중부경찰서 수사과장은 “실종됐던 여대생이 숨진채 발견된 경주 저수지 근처를 오간 대구지역 택시가 모두 70여대인 것으로 확인했다. 이들 택시 운전기사들의 행적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택시들은 여대생 ㄴ(22)씨가 택시를 타고 실종됐던 지난 25일 새벽 4시20분부터 ㄴ씨가 숨진채 발견됐던 26일 오전 10시30분까지 경북 경주시 건천읍 화천리 저수지 근처 도로를 통행했다. 경찰은 이와는 별도로 목격자로부터 “ㄴ씨를 태우고 갔던 택시 운전기사가 20~30대 남성이었다”는 진술을 확보해, 여기에 해당되는 대구지역 택시 운전기사 300명 정도의 명단을 확보한 상태다.
수사본부가 꾸려진지 3일째를 맞으며 수사망은 어느정도 좁혀졌지만, 사건 해결의 열쇠를 가진 택시 운전기사의 신원을 확인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택시운전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택시 운전기사들이 대신 택시운행을 하도록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실제 택시를 누가 운전했는지를 밝혀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ㄴ씨가 택시를 탔던 도로에 설치돼 있던 2대의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당시 아예 꺼져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수사는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ㄴ씨가 택시를 탄 대구시 중구 삼덕동 삼덕119안전센터~봉산육거리 구간(350m)에는 41만 화소의 교통단속용 폐회로텔레비전이 2대가 있었지만,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는 꺼놓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ㄴ씨와 함께 어울렸던 유일한 목격자인 여성 2명을 상대로 최면수사를 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범인이 대구에서 경주 저수지까지 이동한 경로는 현재 크게 3개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이 저수지는 904번 지방도 옆에 위치해있다. 경찰은 범인이 영천나들목이나 건천나들목, 경주나들목 등으로 진·출입해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했거나, 4번 국도를 통해 저수지로 이동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시간이 좀 더 걸리기는 하지만 저수지 남쪽에 있는 69번 지방도나 919번 지방도를 이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경찰은 해당 택시들의 주행기록을 분석하는 한편, 택시가 아닌 일반 차량으로도 대구와 경주를 오갔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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