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미군기지: <캠프 페이지>
시 “평화생태공원” 썼다가
불만 커지자 “공모하겠다”
시 “평화생태공원” 썼다가
불만 커지자 “공모하겠다”
62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강원도 춘천의 옛 미군기지인 캠프 페이지 새 이름을 놓고 춘천이 시끄럽다.
춘천시는 지난 8일 캠프 페이지에 메밀과 유채 등을 심어 공원으로 만든 뒤 개방 행사를 하면서 시민들에게 낯선 ‘평화생태공원’이란 이름을 썼다. 개방 행사를 알리려고 시내 곳곳에 붙인 펼침막에도 마찬가지였다. ‘평화생태공원’은 지난해 12월 강원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 9명이 18대 대선을 앞두고 함께 발표한 ‘춘천권 핵심 발전공약’에서 처음 나왔다.
하지만 ‘평화, 생태’ 공원은 이미 강원에서 넘쳐나고 있다. 철원의 ‘디엠제트(DMZ)생태평화공원’과 ‘평화문화광장’, 인제의 ‘평화생명동산’, 고성의 ‘평화공원’ 등 접경지역 시·군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캠프 페이지 바로 옆 근화동에도 춘천대첩 기념 ‘평화공원’이 있다.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비무장지대에 ‘세계평화공원’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히는 등 강원에는 가히 ‘평화’ 홍수다.
시민들이 불만을 터뜨리자, 이광준 춘천시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접경지역에나 어울릴 이름이다.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했다. 결국 춘천시는 ‘평화생태공원’이란 이름을 쓰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났다.
하지만 네이버 등 주요 포털사이트 지도에는 이미 캠프 페이지가 평화생태공원이란 이름으로 등록돼 있고, 상당수 시민들은 평화생태공원으로 이름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어 당분간 혼란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개방된 캠프 페이지의 개명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오동철 춘천역사문화연구회 사무국장은 “평화생태공원이란 이름을 붙이려면 그것에 걸맞은 내용이 있어야 한다. 얼굴도 모르는 옛 미군 중령의 이름을 딴 캠프 페이지란 이름도 문제다.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한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춘천시 관계자는 “평화생태공원은 시민 공감대를 얻지 못해 앞으로 쓰지 않기로 했다. 시민공모 등을 통해 하루빨리 새로운 이름을 짓겠다”고 말했다.
미군 페이지 중령의 이름을 딴 캠프 페이지는 1951년부터 미군기지로 쓰이다가 2005년 3월 폐쇄됐다. 춘천시는 이곳을 개방해 시민 공원으로 꾸몄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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