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가평군이 사유지인 임도를 ‘관습상 도로’로 간주해 토지 소유주의 사용 승락도 없이 가평읍 이화리 남이섬 앞 맹지에 건축허가를 내줘 논란이 일고 있다. 맹지란 도로에 접하지 않아 집을 지을 수 없는 땅이다.
17일 가평군 관련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가평군은 2004년 임도를 사실상 도로인 ‘현황도로’로 인정해 지방도에서 산쪽으로 700m 정도 떨어진 이화리 땅(6600여㎡)에 대해 개발 및 건축의 허가를 내줬다. 이 땅은 연예인 겸 사업가 이아무개(53)씨가 2011년 매입해 건축물 2동을 짓고 있다. 이씨는 이곳에 소극장과 연습실 등을 갖춘 10가구 규모의 연극인마을을 지어 연극을 이용한 대안공동체로 꾸밀 계획이다.
하지만 이씨의 이같은 계획은 마을 진입로인 임도(길이 300m·너비 3m) 소유주의 반발로 10개월째 공사가 중단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도 소유주 김아무개(58)씨는 “건축법상 집을 짓기 위해서는 반드시 도로가 확보돼야 하는데 산불예방 목적의 임도는 건축법상 도로가 아니므로 가평군의 건축허가는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지난 3월 경기도에 불법 건축허가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김씨는 “임도를 마을 진입로로 사용하면 주변 땅(2640㎡, 800평)이 쓸모없게 돼 심각한 재산피해를 입게 된다. 맹지 소유주는 대가없이 남의 땅을 사용하게 돼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2004년 임도를 포함한 땅 6600여㎡를 매입해 건축허가를 받아 펜션 6동을 짓다가 역시 지난해 공사를 중단했다. 김씨는 진입로 통행을 막았다가 도로사용 권리를 주장하는 이씨에게 고소를 당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씨는 “연극인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건축허가를 받은 땅을 구입했는데 김씨가 예전부터 도로로 사용하던 길을 막겠다고 해 소송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가평군은 이에 대해 “해당 임도가 지목상 도로는 아니지만 사실상 도로의 성격이 짙고 건축물 출입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해 건축허가를 내줬다. 관습적으로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도로의 경우는 땅주인의 사용 승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