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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상권 붕괴 기지촌 “임대료 5배 올라 생존 위협”

등록 2013-06-24 22:16

경기 의정부시 고산동 캠프 스탠리 소속 미군 병사들이 24일 상가가 밀집한 빼벌마을을 통해 부대에 돌아가고 있다.
경기 의정부시 고산동 캠프 스탠리 소속 미군 병사들이 24일 상가가 밀집한 빼벌마을을 통해 부대에 돌아가고 있다.
현장 l 의정부 빼벌마을

1952년 미군 주둔하며 마을 형성
2000년대 들어 부대 재배치로 쇠락
땅주인이 세부담 늘자 임대료 올려
주민들 반발에 강제철거 집행 통보
“언제 경매 들어올지 불안하기만…”
24일 오후 철조망이 겹겹이 둘러쳐진 수락산 자락 빼벌마을에는 상가 5곳만 문을 열었을 뿐, 나머지 상가 수십 곳은 문이 잠긴 채 ‘매매’나 ‘임대’ 문구가 나붙어 있었다. 상가 건물 46동이 유흥음식점, 상가 등으로 등록돼 있으나 대부분 휴업 상태다. 경기 의정부시 고산동 주한미군 부대 캠프 스탠리 출입구에 자리한 이 마을은, 6·25 전쟁 기간인 1952년 미군 주둔이 시작되면서 형성된 정착촌이다. 현재 141가구 230여명이 살고 있다.

빼벌마을 주민들은 2000년대 들어 미군의 부대 재배치로 병력이 크게 줄어 상권이 쇠락한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3㎡당 4000원 하던 건물부지 임대료가 2003년부터 5배 이상 인상돼 생존권 위기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마을 자체가 전주이씨 선성군파 종중 소유의 3만2715㎡ 땅에 형성된 탓이다.

30년 전부터 관광클럽을 운영해온 김효선(60)씨는 “몇 안 남은 미군들조차 서울이나 의정부 시내로 외출해 손님이 끊겼다. 어려운 시절 ‘달러벌이’에 헌신했는데, 이제 와선 나몰라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10년치 임차료와 연체이자 1억7000여만원을 못 내고 있다고 했다. 1979년부터 옷가게를 해온 김순자(59)씨는 “고소와 강제경매에 내몰리다 2009년 적금·보험을 깨고 빚을 내 6년치 밀린 임차료 3000여만원을 갚았지만 다시 2년치 임차료 1000여만원을 못 내고 있다. 언제 철거나 강제경매가 들어올지 불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의정부시 등의 말을 종합하면, 토지 소유주인 전주이씨 종중은 2003년 개발제한구역 해제로 땅값이 올라 재산세가 증가하고 2005년 종합부동산세가 신설돼 세금 부담이 커지자 임대료를 올렸다. 종중은 2007년 3월 임대료 납부에 불응한 주민 53명을 상대로 임대료 청구 및 건축물 명도 소송을 내 2011년 1월 대법원의 판결을 받았고 이어 강제철거 집행을 통보했다. 이에 맞서 주민 31명은 빼벌이주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시와 종중에 보상과 이주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 반발이 심하자 의정부시는 지난해 빼벌마을 토지분쟁조정위원회를 꾸려 문중과 주민에게 조정안을 권고했지만 진전이 없는 상태다. 시는 “토지소유주가 내야 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실제로 건물주한테 넘겨져, 고령의 저소득층인 주민들이 과도한 임차료 부담으로 생계 곤란을 겪고 있다”고 말있다.

이윤중 전주이씨 종중 회장은 “대다수 주민들은 법원의 조정 결정에 따르는데 일부가 대법원 판결까지 불복하며 떼를 쓰고 있다. 의정부시의 조정안은 근거가 없는 월권으로 따를 수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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