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과학관 전경. 대구과학관 누리집 갈무리
사쪽이 작성한 요약서류 보고 낙점
추천 많은 순 합격…채점칸 비워둬
합격자 발표뒤 추천 표기 서류 파기
추천 많은 순 합격…채점칸 비워둬
합격자 발표뒤 추천 표기 서류 파기
정규직을 공개채용하면서 면접에서 공무원과 공무원 자녀들을 무더기로 합격시켜 특혜 채용 의혹에 휩싸인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국립대구과학관이 1차 서류 심사에서 자기소개서, 지원서 등을 보지도 않고 합격자를 미리 정한 뒤 ‘짜맞추기식’으로 점수를 매기는 편법 전형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구과학관은 면접 합격자 발표 뒤 관련 서류를 파기한 것으로 밝혀져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대구 달성경찰서는 10일 “지원자 341명의 1차 서류 심사 때 심사위원들은 지원서, 이력서, 자기소개서 등을 보지도 않았다. 대구과학관이 지원자들의 학력·경력을 요약해 건네준 서류만 보고서 합격자를 정했으며, 채점표에 점수를 기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발표를 보면, 1차 서류 심사와 2차 면접에서 심사위원들이 구두로 합격자를 먼저 결정했고, 채점표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대구과학관 선임행정원 김아무개(38)씨가 나중에 임의대로 점수를 매겼다.
심사위원들은 각자 선발 예정자 수만큼 서류전형 합격자를 추천했고,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사람 순서대로 합격자를 결정했다. 채점표는 빈칸인 상태로 서명만 해 대구과학관에 넘겼다. 이후 채점표는 대구과학관 쪽이 점수를 채워넣은 뒤 67명에게 면접에 나오도록 통보했다.
2차 면접 때도 심사위원 5명은 면접을 끝낸 뒤 합격자들을 정했으며 채점표는 그에 맞춰 작성된 사실([관련기사] 대구과학관 공채 면접관들, 특정 합격자에 ‘똑같은 점수’ )이 경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면접 합격자 24명 가운데는 공무원(5명)과 전·현직 공무원 자녀(8명)가 13명으로 54%나 됐다.
대구과학관은 선발 과정을 녹화하거나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이 추천 순위를 적어넣은 지원자 개인별 서류는 면접 합격자 발표 뒤 파기했다. 이 자료는 심사위원들이 미리 정한 합격자와 실제 합격자를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다.
홍사준 대구 달성경찰서 수사과장은 “채용규칙이 정한 절차를 위반하고 편법 채점한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관련자들에게 형법상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를 검토하고 있다. 청탁이나 대가 제공 등의 가능성도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채용 과정에서 선발심사위원장을 맡은 조청원(59) 국립대구과학관장(전 국립중앙과학관장)은 과학기술인공제회 이사장이던 지난해 7월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사조직인 ‘오늘과 미래(포럼 오래)’에서 정치활동을 해 논란을 일으킨 인사다. 과학기술인공제회법 14조엔 ‘공제회의 임원은 정당의 당원이 되거나 정치활동을 한 경우에는 해임된다’고 규정돼 있다.
조 관장은 그해 8월 공제회 이사장에서 퇴임한 뒤, 지난 6월11일 임기 2년의 대구과학관장에 임명됐다. 대구과학관장은 청와대의 인사검증 절차를 거쳐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임명한다.
조 관장은 <한겨레>의 거듭된 통화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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