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전 기본법 발효
대리운전 협동조합이 1호
500번째 설립신고자는
노량진수산시장 상인 15명
“대형마트와 경쟁이 목표”
대리운전 협동조합이 1호
500번째 설립신고자는
노량진수산시장 상인 15명
“대형마트와 경쟁이 목표”
재벌개혁 등 위로부터의 경제민주화가 사실상 개점휴업인 상황에서, 아래로부터의 경제민주화라 할 수 있는 협동조합 설립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지 8개월 만에 서울에서 500번째 협동조합이 탄생했다.
15명의 상인이 주축이 된 ‘노량진수산시장협동조합’이 22일 500번째 조합 설립 신고를 했다고 서울시가 23일 전했다. 이 조합의 이인철(48) 이사장은 “대형마트와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등으로 인해 재래시장과 마찬가지로 노량진수산시장도 어려워지고 있다. 상생의 유통구조를 만들기 위해 조합을 결성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제주·완도 등의 어민들도 조합에 참여시켜 질 좋은 수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유통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서울시의 협동조합은 협동조합기본법 발효 뒤 첫 사례(1호)인 ‘대리운전협동조합’을 시작으로 제조업, 공동구매, 출판·언론, 디자인, 공동육아, 도시농업 등 다양한 분야로 번지고 있다. 협동조합 500개 가운데 문구, 화훼, 식료품 등을 공동구매하고 판매하는 조합이 127개로 가장 많다. 강사 양성 및 창업 교육 등 서비스업 협동조합(80개)과 출판·영상·방송통신·정보서비스 협동조합(52개)이 뒤를 이었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강남구(52개), 영등포구(37개), 서초·종로구(36개), 마포구(34개), 중구(30개) 순이었다.
특색 있는 협동조합도 여럿이다. ‘내일은 청춘 바리스타 협동조합’은 커피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60살 이상 어르신 8명이 커피전문점 창업을 목표로 만든 조합이다. 9월께 커피전문점을 낼 계획이다. ‘소셜메이트 솜 직원협동조합’은 결혼과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 5명이 모여 만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사업을 하는 협동조합이다. 자유로운 근무 여건에 민주적인 운영이 가능한 법인체를 고민하다가 협동조합을 설립했다고 한다.
대도시에서 벌을 기르는 ‘도시양봉협동조합’은 조합원 5명으로 시작해 두달여 만에 30명으로 늘어났다. 박진(31) 조합장은 “도시가 꿀을 기르기에 좋은 환경이 됐다. 양봉 교육과 꿀의 고급화를 위해 조합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전국 최초로 동북(노원구), 서북(중구), 동남(서초구), 서남권(영등포) 등 4곳의 협동조합상담센터를 열어 그동안 1만여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교육과 상담을 통해 협동조합 결성을 지원할 방침이다. 새달부터는 협동조합 설립 신고 업무를 각 자치구에 넘겨 시민들이 가까운 곳에서도 신고하고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전국적으로도 조합 결성이 유행이다. 지난 6월말 현재 전국의 협동조합은 1405곳에 이른다. 서울이 전체의 36%를 차지한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은 “어려운 문제를 함께 풀어보자는 생각이 협동조합 결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의지와 의욕도 필요하지만, 사업모델 등이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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