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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묶인 치매환자, 병실에 홀로 있다 화재 ‘참변’

등록 2013-07-30 20:28수정 2013-07-30 22:59

포천 요양병원서 새벽에 불나
침대서 라이터·담배 한갑 발견
병원 “보호자 동의받아 손 묶어”
유족 “격리때 화기 수거도 안해”
경기도 포천의 요양병원에서 새벽에 불이 나, 병실에 홀로 있던 50대 치매 환자가 침대에 손이 묶인 채로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병원 쪽의 환자 관리 소홀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

30일 0시41분께 포천시 군내면 ㅅ요양병원에서 불이 나, 치매를 앓던 윤아무개(58)씨가 중상을 입어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 윤씨는 발견 당시 왼손이 침대에 묶여 있었으며, 침대에서는 라이터와 담배 1갑이 발견됐다.

포천경찰서는 윤씨가 느슨하게 묶인 오른손을 빼낸 뒤 라이터 불을 이용해 왼손을 묶은 ‘억제대’를 풀려다 불이 침대에 옮겨붙으며 질식해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억제대는 환자의 자해나 과격한 행동 등을 막기 위해 손목에 채우는 의료기구다. 경찰은 사인을 가리기 위해 부검을 의뢰하고, 병원 쪽이 환자를 돌보는 데 과실이 있었는지를 조사중이다.

치매 등 정신질환을 앓아온 윤씨는 지난 3월 이 요양병원에 입원했으며, 최근 가족들이 다녀간 뒤 발작 증세가 심해져 사고 2시간 전쯤 6인실 병실에 격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쪽은 전날 오후 윤씨의 증상이 심해지자 보호자에게 정신병원으로 옮길 것을 요구했고, 이어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억제대로 두 손을 묶었다고 밝혔다. 오아무개(86) 원장은 “낙상 사고 등의 위험이 있어 진정 효과가 있는 약물(링거)을 처치하려 했으나, 윤씨가 완강히 저항해 불가피하게 억제대를 썼다. 소리를 지르고 과격하게 행동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격리했다”고 말했다.

윤씨 유족들은 ‘병원 쪽이 발작을 일으킨 환자를 격리하면서도 화기(라이터)를 수거하지 않았고, 간병인이 환자를 지속적으로 지켜봤는지도 의심스럽다’며 병원 쪽의 관리 소홀 의혹을 제기했다. 요양병원 쪽은 “환자의 흡연을 강제로 제재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불이 난 ㅅ요양병원은 지상 1층, 연면적 399㎡ 규모로 환자 45명을 수용할 수 있는 7개 병실을 운영하고 있다. 80대 의사인 원장과 간호사, 간병인 등 1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불이 났을 당시 치매를 앓거나 거동이 불편한 19명의 환자가 입원하고 있었다. 불은 병실 일부를 태워 4000여만원의 재산피해(소방서 추산)를 낸 뒤 20분 만에 진화됐다.

김찬우 가톨릭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민간 요양시설은 치매 등 중증 질환을 앓는 노령 환자들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국가의 개입이 미흡해 서비스 질 관리에 문제가 있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복지시민연대 송원찬 정책위원장은 “요양시설에서 환자를 강박하거나 약을 먹여 억지로 재우거나 하는 것은 비인권적 처사로서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천/박경만 기자, 홍용덕 김기성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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