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동안 마을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밥을 대접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드시고 함께 평화통일을 기원해주시기 바랍니다.”
2일 오전 경기 파주시 비무장지대(DMZ·디엠제트) 대성동마을 이장 김동구(44)씨가 마을 창설 60주년 기념잔치에 참석한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인범 유엔사 한국쪽 수석대표, 어스 거버 중립국감독위원회 스위스 대표 등 손님과 주민 등 300여 명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회갑을 맞은 대성동마을의 회관 2층 건물에는 가로 18m·세로 12m 크기의 대형 태극기가 내걸렸고, 대성동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손님맞이 퓨전난타공연을 선보였다. 붉은 색 옷을 산뜻하게 차려입은 육군 1사단 군악대의 연주도 잔치의 흥을 돋궜다.
마을회관 앞에는 ‘회갑상’이 차려져, 주민과 참석자들이 마을 어르신들에게 술잔을 따르며 마을의 안녕과 어르신들의 건강을 기원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유엔사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한·미군 지휘관 2명은 마을 이장으로부터 명예주민증을 전달받았다. 조관제 한국만화가협회장은 ‘분단의 끝, 통일의 시작 마을’이란 글귀가 적힌 마을 전경 그림(가로 80㎝, 세로 60㎝)을 이장에게 전달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2m 높이로 떡 탑을 쌓았다. 이날 마련한 떡은 판문점, 제이에스에이 경비대대, 통일촌, 해마루촌 등 이웃에 전달됐으며, 중립국감독위원회를 통해 북쪽 기정동 마을에도 전달할 예정이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인사말에서 “걸어서 10분밖에 안되는 거리에 있는 대성동마을과 북한 기정동마을이 60년 동안 왕래도 못한 채 마주하고 있어 안타깝다. 개성공단도 잘되고 남북이 하나가 돼 두 마을 주민이 자유롭게 마실도 다닐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남한에서 유일하게 디엠제트 안에 자리한 대성동마을은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되면서 남북이 디엠제트 안에 민간인 마을을 1곳씩 둔다는 합의에 따라 그해 8월3일 북쪽 기정동마을과 함께 조성됐다. 두 마을은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1800m 가량 떨어져 있지만 지난 60년 동안 오고가지 못했다.
대성동마을 56가구 213명 주민들은 유엔군사령부의 보호를 받으며, 대부분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주민들은 국민의 4대 의무 가운데 국방·납세 의무를 면제받는다. 군사분계선과 400m 거리여서 주민들은 농사일을 나갈때도 제이에스에이 경비대대 소속 군인들과 동행해야 한다. 외부인이 마을을 출입하려면 유엔사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출입절차도 매우 까다롭다.
마을 주민 김경래(77)씨는 “한국전쟁때 주민들이 목숨걸고 싸워 지킨 마을이다. 정전 뒤 정부와 유엔사의 도움으로 잘 살아가고 있어 늘 감사한 마음이다. 바람이 있다면 80년이후 30년 넘도록 그대로인 노후화된 주거환경 개선”이라고 말했다.
파주/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김한길 대표 “박 대통령, 나랑 일대일로 담판합시다”
■ 성재기의 기이한 죽음…그는 제2의 ‘미시마 유키오’가 되려 했나
■ 30명 성폭행·살해 ‘공포의 살인마’, 알고보니 그저 ‘과대망상’ 환자?
■ [화보] 1950년대부터 90년대까지 해수욕장 풍경 변천사
■ [화보] 한집 같은 두집, 따로 또 같이 산다
■ 김한길 대표 “박 대통령, 나랑 일대일로 담판합시다”
■ 성재기의 기이한 죽음…그는 제2의 ‘미시마 유키오’가 되려 했나
■ 30명 성폭행·살해 ‘공포의 살인마’, 알고보니 그저 ‘과대망상’ 환자?
■ [화보] 1950년대부터 90년대까지 해수욕장 풍경 변천사
■ [화보] 한집 같은 두집, 따로 또 같이 산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