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이 경남 밀양 주민들에게 송전탑 건설 협조를 당부하는 서한을 보낸 것에 대해,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중재와 소통을 한다고 해놓고 정부는 결국 공사를 강행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대책위)는 4일 논평을 내고 “윤 장관이 밀양을 방문하고 서한을 보낸 것은 결국 설득을 빙자해 주민들을 체념시키고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의도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최근 밀양 5개면 1900가구에 “밀양 송전선 건설의 대안을 찾아보려 했지만 아무리 검토해도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보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 국책 사업에 협조를 부탁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그동안 윤 장관은 “밀양 주민들에게 사실관계를 정확히 전달하고 소통하겠다”며 밀양을 세차례 찾았다. 이번 서한이 사실상 “공사를 재개하겠다” 방침을 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책위는 “윤상직 장관이 세 차례 밀양을 다녀갈 무렵마다 밀양 시내에는 찬성측 주민, 한국전력, 그리고 관변단체 명의의 플래카드로 도배되었다”고 전했다. 대책위는 “외부적으로는 뭔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내부적으로는 밀양 주민들을 ‘설득’을 빙자한 ‘체념시키기’ 작업이 끝난 뒤에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보상안으로 밀양 주민들을 분열시키고, 반대 대책위를 고립시킨 뒤 공사를 강행하여 주민들을 굴복시키겠다는 수순이다”고 윤 장관의 행보를 비판했다.
대책위는 “신고리원전 3호기의 상업운전 시점이 1년 가까이 연기될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 시간 동안 사회적 공론화 기구를 통해 밀양 송전탑 문제를 둘러싼 재산권, 건강권, 타당성 기술적 대안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4일 밀양 대책위를 비롯, 충남 당진, 경북 울진·구미 등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밀양시청 앞에서 ‘전국 송전탑 반대 네트워크’ 결성을 알렸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정부는 힘없고 약한 시골 주민들의 생명과 목숨을 담보로 유지되는 전력시스템을 개혁하고 현재 진행중인 송전탑 공사와 절차를 중단, 송변전 시설의 건설과 유지에 관한 사회적 공론화기구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충남 당진 등 송전선 건설 예정지 주민들은 고압 송전탑 건설에 대해 “주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가 우려된다”며 송전선로의 지중화(땅속에 매립) 등의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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