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례씨
전주 정순례씨 전북대 졸업
며느리 등 가족들 응원 큰힘
며느리 등 가족들 응원 큰힘
“학부모 학력 기재란에 ‘국졸’이라고 쓸 때마다 마음이 무척 아팠어요. 이제는 ‘대졸’이라고 쓸 수 있는데, 아이들이 다 커서 쓸 데가 없네요.”
올해 칠순을 맞은 정순례(사진·전북 전주시)씨는 22일 전북대 졸업식에서 학사모를 쓴 채 활짝 웃으면서도 아쉬움을 내비쳤다.
정씨는 가난한 가정에서 8남매의 일곱째로 태어나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 결혼 뒤에도 남편이 경제력이 없어 빚에 허덕였다. 하지만 그는 식당 일을 하면서도 자식 3남매가 석사 학위를 받기까지 뒷받침했다. 초등학교 3년 때 배움을 그만둔 그는 56살이던 2000년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못 배운 한을 풀고 싶었다. 자식들의 권유도 힘이 됐다. 낮에는 검정고시를 도와주는 주부교실을 무료로 다녔다. 밤에는 식당 일을 했다. 새벽 2시 일을 마치고 택시비를 아끼려 40분을 걸어서 귀가했다. 영어 알파벳도 모른 채 시작한 공부는 쉽지 않았다. 수학 2차 방정식 해법을 이해하려고 결혼한 딸을 찾기도 했다. 1년 만인 2001년 고입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잠시 공부를 접은 그는 2004년 학력인정 학교인 전북도립여성중고교의 고교과정에 들어갔다. 2007년 전문대인 익산대 약재개발과에 입학했다. 나이 들어서도 활용할 수 있고 건강도 챙길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이듬해 익산대가 전북대와 통합된 덕분에 그는 이번에 전북대 졸업장을 받게 됐다.
“대학 교양영어를 공부할 때는 머리카락이 빠질 만큼 힘들었는데, 영어를 전공한 작은며느리 도움이 컸어요. 자료 찾기, 리포트 작성도 끙끙거렸지만 교사인 큰며느리가 응원해줬습니다. 자상하게 강의해준 교수님 등등 주위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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